스페인 맹폭 견뎌내고 눈물 '왈칵'… 불혹 수문장 보지냐, 월드컵 최대 이변 주인공

김형준 2026. 6. 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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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적함대 스페인 상대 육탄방어 무실점
카보베르데 FIFA 가맹국 된 1986년생
"이 영광, 카보베르데 국민에게 바친다"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15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H조 1차전에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뒤 기뻐하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1986년생 골키퍼 보지냐(샤베스)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불혹의 그가 몸을 그만 던져도 됨을 허락하는 휘슬이었다. 인구 52만 명의 아프리카 서쪽 작은 섬나라 카보베르데가 ‘무적함대’ 스페인에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 한 역사적 순간을 알리는 휘슬이기도 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최대 이변의 중심엔 40대 골키퍼 보지냐가 있었다. 카보베르데가 16일(한국시간)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 스페인에 0-0 무승부를 거두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그의 활약을 영화 '소림축구(2002)'에서 등장한 골키퍼 활약에 빗댄 영상이 등장했다. 무술에 가까운 활약이었다는 얘기다.

이날 경기 전까지 세계 축구팬의 관심은 카보베르데의 승점보다 스페인의 골 숫자에 맞춰져 있었다. 특히 최연소 득점왕 후보로 꼽힌 라민 야말(19·바르셀로나)이 언제쯤 출전해 몇 골을 넣을 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카보베르데는 스페인의 날카로운 창을 무력화했다. FIFA에 따르면 스페인은 슈팅 수 27-6(유효슈팅 7-1), 크로스 시도 40-4의 압도적 경기를 폈지만, 전부 무위에 그쳤다.

카보베르데 골키퍼 보지냐가 15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과의 H조 1차전에서 스페인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여지없이 골로 이어질 것 같은 장면에서도 보지냐는 끝까지 공을 막아냈다. 특히 전반 40분 벌어진 장면은 압권이었다. 마르크 쿠쿠레야(28·레알 마드리드)가 머리로 떨궈준 공을 페란 토레스(26·스페인)가 골문 정면에서 강하게 찼으나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말았다. 이어 흘러나온 공을 미켈 오야르사발(29·레알 소시에다드)이 감각적인 헤더로 연결했지만, 이마저도 보지냐의 손끝에 걸렸다. 후반 26분 스페인은 야말을 교체 투입했지만, 카보베르데의 골 문을 뚫어내지 못한 채 결국 무득점으로 경기를 마쳐야 했다.

약 500년 간 포르투갈의 식민지배 아래 있다가 1975년 독립한 카보베르데는 1986년 FIFA에 가입해 꾸준히 월드컵 본선의 문을 두드렸다. FIFA 가입 역사가 보지냐 나이와 같은 셈이다. 대표팀 선수 가운데 유럽 빅리그 소속도 없다. 보지냐의 소속팀 차베스도 포르투갈 2부 리그 팀이다.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에서, 지혜롭게 버텨내며 기적을 쓴 것이다.

경기 수훈 선수로 선정된 보지냐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카보베르데 국민이 무척 자랑스럽고 행복한 심정일 것"이라며 "우리는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고향 어머니 집에서 큰 잔치가 열릴 것"이라며 "어머니가 현장에 오시지 못해 슬퍼하셨지만, 이 영광을 카보베르데의 모든 국민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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