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 던진 CJ의 승부수… 승계 시험대 오른 이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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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센스] 미국인들이 떡볶이를 맛보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비비고와 올리브영, 뚜레쥬르가 한자리에 모인 텍사스의 골프장은 CJ그룹의 미국 공략을 보여주는 거대한 쇼케이스였다. 하지만 재계의 관심은 행사 자체보다 그 현장에 있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장남 이선호 그룹장이 나란히 모습을 드러내며, 글로벌 시장 성과가 곧 승계의 성적표가 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텍사스주 맥키니에서 열린 PGA 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에는 대회 역사상 최다인 24만 명의 관람객이 몰렸다. 골프장 중앙에는 지난해보다 20% 넓어진 750㎡ 규모의 '하우스 오브 CJ'가 마련됐다. 비비고와 올리브영, 뚜레쥬르 등 주요 계열사가 총출동해 K-푸드와 K-뷰티, K-콘텐츠를 선보였다.
떡볶이와 라면을 맛보기 위한 줄이 이어졌고 올리브영 체험존에도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CJ는 이번 대회를 통해 K-푸드와 K-뷰티, K-콘텐츠를 아우르는 '라이프스타일 기업'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미국에 사활 건 CJ
이재현 회장은 올해 처음으로 더 CJ컵 현장을 직접 찾았다. 그동안 계열사를 방문할 때마다 "지금이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리딩 기업으로 도약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해온 만큼, 이번 행사는 그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무대였다.
CJ가 미국 시장에 집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자 글로벌 문화·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주도하는 곳이다. OTT와 K-POP을 통해 형성된 K-컬처 열풍이 K-푸드와 K-뷰티 소비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기회 요인이다.
실제로 지난해 한국 화장품의 대미 수출액은 22억 달러, K-푸드 수출액은 18억 달러로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CJ는 이 흐름을 선점하기 위해 식품과 뷰티, 콘텐츠 사업을 동시에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패서디나에 올리브영 미국 1호점도 문을 열었다. 개장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섰고, 피부 진단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스킨케어 제안 등 현지화 전략도 선보였다. 이 회장은 "올리브영 미국 1호점은 단순한 매장 하나를 여는 것이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에 내딛는 첫걸음이자 글로벌 확장의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건강 이상설보다 커진 승계 관심
이번 미국 출장에서 또 하나 주목받은 것은 이재현 회장의 건강 상태였다. 현장 경영 사진이 공개되는 과정에서 이 회장이 지팡이를 짚고 수행원들의 부축을 받는 모습이 노출되면서 일부에서는 건강 이상설이 제기됐다. 이 회장은 희귀 유전 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CMT)를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사법 리스크를 겪던 시기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다만 재계에서는 건강 악화설에 선을 긋는 분위기다. 최근에도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TVING 등 주요 계열사를 직접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원래 지팡이를 사용해 왔고 최근에도 활발하게 경영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일부 장면만으로 건강 악화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아버지 곁 지킨 이선호
오히려 재계의 시선은 이재현 회장보다 장남 이선호 그룹장에게 향했다. 현재 CJ주식회사 미래기획그룹장을 맡고 있는 이선호 그룹장은 그룹의 중장기 전략과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로 복귀한 이후 부친의 주요 현장 일정에 동행하는 모습도 부쩍 늘었다.
2025년 아랍에미리트(UAE) 출장과 CES 2026 참관, 올해 3월 올리브영 명동점 현장 점검에 이어 이번 미국 출장까지 함께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차세대 경영 체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이선호 그룹장에게 이번 미국 공략은 단순한 해외 사업 과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2019년 액상 대마 밀반입 사건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뒤 한동안 공개 행보를 자제해 왔다. 당시 재계에서는 승계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후 CJ제일제당을 거쳐 지난해 지주사로 복귀하며 사실상 후계자 행보를 본격화했다.
한 차례 치명적인 논란으로 승계 시계가 멈췄던 만큼, 미국 시장에서의 성과는 이선호 그룹장이 후계자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미국 출장은 단순한 해외 일정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랜 사법 리스크와 건강 문제를 겪은 이재현 회장이 글로벌 시장 확대를 그룹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상황에서, 이선호 그룹장이 그 전략의 최전선에 서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일부 계열사의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내수 시장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국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만들어내느냐가 향후 CJ의 기업가치와 승계 구도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미국 시장은 CJ그룹의 미래가 걸린 최대 격전지다. 동시에 과거 논란을 딛고 경영 전면에 복귀한 이선호 그룹장이 후계자로서의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첫 시험대이기도 하다. 비비고와 올리브영, 콘텐츠 사업이 미국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얼마나 깊숙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CJ의 다음 10년과 이선호 그룹장의 미래 역시 함께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
서환한 객원기자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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