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핵잠수함 5척 초유의 ‘동시 셧다운’…K-잠수함 기회[이현호의 밀리터리!톡]
유럽 내 방산 공급망 붕괴로 최대 2년 계류
나토 수중 안보 공백 메울 대안으로 떠올라
나토 함정MRO 시장 핵심파트너 진입 기회

영국 해군이 자랑하는 최첨단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전력 5척이 한꺼번에 운용 불가 상태가 되면서 단 한 척도 출격하지 못하는 초유의 전략적 억제력 공백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유럽의 안보 공백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지난 6월 7일(현지 시간) “영국 해군의 핵심 수중 전력인 애스튜트(Astute)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5척 전체가 기술적 문제와 정비 지연으로 전원 입항 상태로 한꺼번에 정비 도크에 묶이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운용 불능 상태에 빠진 애스튜트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 5척은 영국 BAE 시스템스(BAE Systems)에서 건조한 △HMS 애스튜트(Astute) △HMS 앰부시(Ambush) △HMS 아트풀 (Artful) △HMS 오데셔스(Audacious) △HMS 앤슨(Anson) 등이다.
이들 핵추진 잠수함들은 정비를 위해 영국 남부 플리머스의 데번포트 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다. 문제는 정비 지연과 부품 및 도크 공간 부족 등 유럽 방산 공급망 붕괴 때문에 이들 모두를 정비하는데 수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계류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애스튜트급 공격형 핵추진 잠수함은 영국이 보유한 것 중 가장 생존성과 재래식 전략 타격 능력이 뛰어난 잠수함이다. 트라이던트(Trident) 핵미사일을 탑재한 뱅가드급 전략핵잠수함(SSBN)에 대한 위협을 미리 탐지하고 제거하는 방패 역할을 수행한다.
초저음향 탐지 기능과,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 스피어피시 중량급 어뢰, 첨단 정보 수집 시스템을 갖췄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총 건조비 122억 파운드(약 24조 8600억 원) 규모에 달하는 공격형 핵잠수함 전력의 가동률이 0%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사태는 미국이 유럽 내 나토 방위 태세에서 잠수함과 구축함 등 핵심 수중 전력 제공을 대폭 축소하는 상황에서 발생해 유럽의 안보 공백이 심화와 함께 나토와 러시아 간의 고조되는 지정학적 긴장과 맞물려 심각성은 더욱 우려되는 게 현실이다.
무엇보다 영국의 핵추진 잠수함 전력 공백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핵심 전력의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나토 안팎에서는 이를 보완할 방안으로 한국의 3000t급 이상 잠수함(KSS-Ⅲ)이 강력한 대안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나토의 방산 공급망 붕괴 상황에서 이번 사태로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검증받은 한국 방위산업(K-방산)의 공급망 진입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이미 미 해군에게 보여준 것처럼 상선·군함 통합 MRO 체계와 빠른 납기,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국가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은 수상함 관련 풍부한 수출 경험을, 한화오션은 잠수함 창정비와 기술 지원 등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다.
게다가 영국 해군은 수중 작전의 핵심인 핵추진 잠수함 부재로 북해 레이더망과 대잠항공기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의 핵심인 캐나다가 한국산 잠수함을 선택한다면 한국의 잠수함 기술은 북극·북대서양 작전 환경에도 적용 가능한 무기체계로 인정받는 셈이다.
따라서 최소 60조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최종 평가를 앞둔 한국 입장에선 캐나다의 선택 여부에 따라 나토의 수중 안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무엇보다 나토의 핵심국인 캐나다가 한국 잠수함의 대양 작전 능력과 운용 신뢰성을 검증하고 기술력을 인정할 경우엔 영국을 비롯한 유럽권 모두 국가들의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
한국 방산 기업들이 해외 거점 인프라 투자와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을 통해 나토의 함정 MRO 시장의 핵심 파트너로 진입할 기회를 잡게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나토는 한국의 해양 방산 분야 기술력에 주목하고 있다. 나토 주재 30개국 대사단은 지난 4월 HD현대중공업의 연구·개발 시설을 직접 방문해 잠수함과 무인수상정 기술을 점검하기도 했다. 유럽의 방산 공급망 부재 또는 붕괴가 역설적으로 한국 방위산업의 도약 기회를 제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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