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던 아틀라스는 잊어라…현대차가 꿈꾸는 건 ‘출근하는 로봇’
스팟 상용화 경험으로 아틀라스 양산 박차
현대차 제조 역량과 시너지

영상 속에서 공중제비를 돌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그리고 있는 미래의 전부가 아니다. 이들이 꿈꾸는 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동료’다. 화려한 기술 시연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에서 가치를 만들어내는 로봇이 목표인 것이다.
잭 재코우스키 보스턴다이나믹스 최고제품기술책임자(CPTO)는 지난 15일 HMG 저널의 인터뷰 콘텐츠에서 “뛰어난 로봇을 만드는 것은 시작일 뿐”이라며 “우리는 시스템 전반을 아우르는 설계 솔루션을 도출하고, 고객의 업무 효율과 성과를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춤추는 로봇으로 유명했다. 아틀라스가 장애물을 뛰어넘고 백덤블링을 하는 영상은 공개될 때마다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로봇 기술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이미 관심의 무게추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로봇의 움직임을 실제 활용 가능한 기술로 확장하는 전환점에 접어든 것이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사족보행 로봇 ‘스팟’이다. 재코우스키 CPTO는 스팟의 초기 단계부터 현재 버전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그는 “기술이 충분히 완성도 있는 수준에 도달한 이후 스팟의 상용 버전을 설계하고 출시하는 동시에 이를 양산 단계로 확장하는 작업을 주도했다”며 “고객들이 스팟을 수십대 규모의 플릿(Fleet)으로 확장할 만큼 만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경험은 차세대 휴머노이드인 아틀라스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아무리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춘 로봇이라도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코우스키 CPTO는 “제품으로 활용 가능한 로봇을 구현하려면 단순히 잘 작동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지 진정으로 이해하고, 그것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로봇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은 물론 이 시스템이 지속 작동한다는 신뢰성까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코우스키 CPTO는 현대차그룹과의 협업이 아틀라스를 산업 현장용 제품으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인프라와 체계적인 시스템을 활용해 미래의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역량은 정말 놀라울 정도”라며,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가 로보틱스 경쟁의 판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모비스와의 협업 사례를 언급하며 자동차 산업의 공급망 역량에 주목했다.
재코우스키 CPTO는 “아틀라스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기로 결정했을 때 자동차 수준의 설계 역량, 로봇의 관절 구동을 위한 액추에이터 공급망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고, 현대모비스와 협업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제조 DNA가 로봇 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자동차를 수백만 대 생산하며 다져온 품질 기준과 공급망 관리 능력, 양산 경험이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코우스키 CPTO는 향후 5년이 로보틱스 산업에서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결정적인 시기라고 내다봤다. 그는 “인공지능(AI) 발전의 속도가 보스턴다이나믹스 로봇의 역량과 작동 방식을 전례 없는 속도로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며 “회사는 전 세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갈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인터뷰는 오는 9월 17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실리콘밸리 산호세에서 개최 예정인 ‘HMG 테크 탤런트 포럼 2026’을 앞두고, 포럼 주요 연사들의 기술 철학 및 그룹의 미래 비전과 더불어 포럼 참가자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해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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