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살 로한이, 차량에 16m 끌려가 중상…종합보험 미가입에 가족 무너져

고려인 동포 가정인 로한이(10)네 가족 일상은 토요일이던 지난해 1월18일 크게 흔들렸다. 아빠는 돈을 벌러 나가고, 엄마 김야나(40)씨는 로한이 동생 밀라나를 출산한 지 3주밖에 되지 않아 거동이 쉽지 않은 날이었다. 로한이는 “친구와 놀고 오겠다”며 집 앞 골목에 나갔다가 승용차와 충돌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차량 운전자는 로한이와 부딪히고도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로한이는 그대로 16m가량 끌려갔다.
로한이 번호로 걸려 온 전화를 받은 엄마는 휴대폰 너머 낯선 사람 말에 온몸이 굳었다. “아이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으니 빨리 병원에 와야 할 것 같아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엄마는 갓 태어난 밀라나를 두고 집을 비울 수 없었다. 아빠가 급히 일을 손에서 놓고 응급실로 뛰어갔다. 로한이는 양쪽 종아리와 허벅지가 모두 골절되고, 간이 파열되는 중상을 입었다. 로한이가 입원한 경기도 안산의 병원에서 권역외상센터가 있는 수원의 아주대병원으로 전원이 필요했다. 로한이는 닥터헬기에 작은 몸을 실었다.
로한이는 이틀에 걸쳐 파열된 간을 봉합하는 수술과, 양쪽 허벅지와 종아리에 각각 하나씩, 총 네개의 철심을 박는 수술을 차례로 받았다. 이틀간 수술비만 2500만원이 나왔다. 수술을 마친 로한이는 또다시 경기도 안산의 집 근처 병원으로 이송돼 3개월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짧은 기간에 치료비와 입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3천만원을 넘어섰다. 엄마는 어린 동생을 돌봐야 했고, 아빠와 할머니는 매일 출근해야 하는 사정 탓에 병원에 누워 있는 로한이를 직접 돌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하루 5만원꼴로 간병인을 썼고, 그 비용이 석달 동안 쌓여 500만원이 넘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고 나서도 로한이는 두달 동안 매일 통원 치료를 받았다. 2주에 한번은 수원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했다. 두 다리가 모두 불편하다 보니 수원에 갈 때마다 약 10만원을 들여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했다.
모든 게 돈이었다. 로한이네는 수술과 치료에 든 비용 대부분을 직접 부담해야 한다. 사고를 낸 차량 운전자 또한 고려인 동포였는데, 의무가입 대상인 책임보험에만 가입했을 뿐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로한이가 다니는 ‘자이언 국제 상호다문화 대안학교’를 운영하는 이주민시민연대 협동조합의 최혁수 대표는 “안산 지역에 많이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들이 보험 가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아 자동차 책임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300만원 수준의 책임보험 보상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일용직인 아버지의 월 200만원이 채 안 되는 수입으로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쳤다. 밀린 수술비와 입원·치료비, 간병비가 모두 빚이 되어 일가족의 어깨를 점점 더 무겁게 짓눌렀다. 엄마는 “이런 상황인데도 가해 운전자가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왔다’고 주장하는 등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 점도 화가 났다”고 했다.

사고 뒤 1년6개월가량이 지난 지금, 로한이는 전보다 오래 걷기 힘들어한다. 엄마는 “아직 성장기이다 보니 언제 어떤 후유증이 찾아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병원에서는 “한쪽 다리 길이가 다른 쪽보다 짧게 자랄 수 있다”고 했지만 손해사정사는 “아직 너무 어려 장애 판정을 받기도, 그걸 근거로 가해자 쪽에 추가적인 피해 보상을 요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고 한다. 로한이는 앞으로도 6개월에 한번씩 병원을 찾아 성장에 이상이 없는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워낙 밝은 성격이라” 엄마와 아빠 앞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로한이이지만, 사고 후유증은 마음 깊이 남아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무엇보다 악몽에 시달리다 한밤중 깨어나는 날이 늘었다. 엄마와 아빠는 로한이가 아픈 기억을 최대한 다시 떠올리지 않게 하려고 사고 당일 이야기를 웬만하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지만, 로한이는 때때로 “엄마, 내가 그날 놀러 나가지 말아야 했나 봐”라고 말해 엄마 가슴을 철렁하게 만들기도 한다. 엄마는 “아이가 안아달라고 보챌 때도 잦아졌는데, 아무래도 병원에 입원한 기간 동안 엄마를 거의 만나지 못한데다, 동생이 태어났다는 큰 변화까지 겹쳐 심리적 불안이 커져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엄마는 로한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많다. 로한이는 특히 요리, 그림 그리기, 점토 빚기 등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을 잘하고, 또 좋아한다. 간단한 디저트를 곧잘 만들어 맛보여주기도 했다. 한때는 우주에 깊은 관심을 가져, 점토로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해왕성·천왕성 등 행성을 뚝딱 만들어냈다. 아이가 원하면 요리 학원이나 미술 학원에 보내 재능을 키워주고 싶지만,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의 어려움 탓에 모두 나중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 엄마는 속상하다. “로한이가 워낙 호기심이 많다 보니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그때그때 바뀌거든요. 아이의 넓은 관심사를 따라가며 이것저것 배우게 하고 싶어도 지금은 모두 사치처럼 느껴져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동생 밀라나마저 ‘가와사키병’(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 5살 이하 영유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급성 열성 혈관염)에 걸려 일주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엄마는 “지금은 밀라나 상태가 호전됐지만 병원에 계속 다니며 관리를 하지 않으면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엄마는 “로한이 동생 밀라나가 조금 더 자라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게 되면 출산과 육아로 그만뒀던 일을 다시 구해 네 식구 생계를 혼자 책임지고 있는 남편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큰 사고를 겪은 로한이는 6개월가량 학교에 가지 못하다가 지난해 여름부터 다시 등교하고 있다. 몸도 마음도 지칠 대로 지쳤지만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밀린 수업 진도를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하는 부담도 로한이에겐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최 대표는 “로한이가 원래 매우 활발한 성격이었는데 사고 뒤 다리가 불편해져서인지 다소 의기소침해졌다”고 말했다. 엄마는 로한이가 하루빨리 심리적 후유증을 훌훌 털고 이전처럼 학교 공부, 특히 아직 서툰 한국말을 익히는 데에 집중할 수 있기를 바란다. 10여년 전 돈을 벌기 위해 고향인 러시아를 떠나 안산에 온 로한이 엄마와 아빠는 “금방 러시아로 돌아갈 생각에” 아이를 한국 학교가 아닌 고려인 2세 아이들이 주로 다니는 대안학교에 보냈다. 그런데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발이 묶이며 “아이들과 한국에 자리잡기로 계획을 바꿨기 때문”이다.
공부도 공부이지만, 무엇보다 엄마가 바라는 건 로한이가 다시 건강과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엄마가 말했다. “두 아이가 상처와 그늘 없이 자랄 수 있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로한이네 가족에게 희망을 선물해 주세요.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로한이네 가족에게 전달됩니다.(기업은행 148-013356-01-136, 예금주: 대한적십자사, 입금자명: ‘기부자명’+‘로한이’)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거나, 기부금 영수증이 필요하신 경우 대한적십자사(1577-8179)로 연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모금 목표액은 1000만원입니다. 후원금은 로한이 가정의 의료비, 주거비, 생계비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1000만원 이상 모금될 경우, 로한이처럼 도움이 필요한 위기가정에 지원될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초록우산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지민이의 사연이 소개된 뒤 140분께서 “힘내자 아가야”, “지민 엄마 힘내세요”라는 응원 메시지와 함께 1781만4953원(6월10일 기준)의 정성을 전해주셨습니다.
초록우산은 “소중한 후원금은 지민이의 병원비, 재활치료비, 언어치료비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전해왔습니다. 후원금은 1년간 지민이의 병원비, 재활치료비, 언어치료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지민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귀중한 나눔을 결심하고 실천해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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