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비 주기도 벅차" vs "인간답게 살기 어려워" … 최저임금 차등적용 '충돌'
경영계, 음식점업·숙박업 위기 강조
노동계, 최소한의 생계 보장 요구

일부 업종에 최저임금 액수를 달리 적용할지 여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영계는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을 근거로 일부 업종의 최저임금을 낮춰주자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계는 '최소한의 생계 보장'이라는 최저임금 본연의 목적을 내세우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15일 노동계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원회의를 열고 최저임금 구분 적용 여부를 논의한다. 업종·산업별 구분 적용은 현행 최저임금법 제4조에 근거가 있다. 법에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하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실제 구분 적용을 하려면 최임위 심의를 거쳐야 한다. 노동계 동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최임위는 근로자 위원과 사용자 위원, 공익 위원 각각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최저임금 폭등에 음식업, 숙박업 위기"

경영계는 최저임금이 매년 가파르게 오른 탓에 소상공인, 자영업자가 생계 위협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001년 1,865원이었던 최저임금이 지난해에는 1만320원으로 25년 동안 인건비 부담이 400% 넘게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77.4%)의 5.7배, 명목임금 상승률(174.7%)의 2.5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경영계가 아직 구체적 안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영세소상공인이 많은 음식점업, 숙박업에 우선적으로 차등 적용하자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경총은 "업종별 최저임금 지불 여력과 노동생산성을 보여주는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를 보면 숙박업, 음식점업은 2,845만 원 수준"이라며 "이는 제조업의 17.1%, 금융보험업의 16.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 업종은 노동자의 약 31%가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어 구분 적용을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경영계는 주장한다.
경영계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 회원국도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독일 등은 업종별 최저임금이 다르고 미국, 캐나다는 지역별 최저임금이 다르며 프랑스, 영국처럼 연령에 따라 구분하는 나라도 있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구분 적용을 요구하는 자영업자들 목소리도 높다. 편의점 운영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점주는 "전국 편의점 월평균 매출이 4,800만 원"이라며 "계약에 따라 본사와 수익을 나누고 폐기 상품과 카드수수료를 빼면 한 달 영업 수익은 평균 85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서 매달 전기요금 90만 원, 4대 보험료 50만 원, 월세 180만 원이 나간다"며 "점주가 쉬는 날 없이 하루 12시간 일한 뒤 나머지 12시간을 초단시간 쪼개기로 아르바이트를 고용해도 인건비만 350만 원씩 나간다"고 토로했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최저임금이 매년 오르면서 지불 여력이 없는 업종은 초단시간 쪼개기 일자리에 의지하고 있다"며 "차라리 지불 여력이 있는 중소기업 이상 업종과 그렇지 못한 업종에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하는 게 사회적 갈등과 초단시간 일자리 양산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최소 생계비도 못 미쳐"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최소한의 생계보장 장치"라며 구분 적용을 반대한다. 구분 적용을 하게 된다면 특정 업종은 법정 최저임금보다 더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실제 스위스는 농업 분야 최저임금이 일반 최저임금보다 낮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지금도 최저임금이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최소생계비에도 못 미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최임위가 발표한 '비혼 단신 노동자' 한 명의 월 생계비는 275만4,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최저임금은 월 215만6,880원 수준으로, 충족률이 약 78.3%에 머물렀다. 또 최근 3년(2023~2025년)간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2.37%)이 물가상승률 평균(2.66%)보다 낮아 실질임금이 하락했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최종환 한국노총 대변인은 "경영계가 주장하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은 특정 업종에 더 높은 최저임금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더 적은 임금을 주자는 것"이라며 "최소한의 생계보장, 임금 격차 해소라는 최저임금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최저임금 구분 적용에 대한 노사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면서 이를 논의할 최임위에서도 양측의 격한 충돌이 예상된다. 앞서 노동계가 주장한 택배기사, 배달 라이더 등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이 경영계 반대로 표결 끝에 무산된 만큼, 이번 최저임금 구분 적용 쟁점도 표결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송주용 기자 juy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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