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없는 107일 전쟁, 전세계 상처만 남겼다

워싱턴/박국희 특파원 2026. 6. 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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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란, 종전 MOU 합의… 19일 서명식 열고 60일간 최종 협상
핵 폐기 불확실, 호르무즈도 불씨 남아… 글로벌 경제 막대한 피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모즈타바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게티이미지코리아·X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기 위한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에 합의했다. 양측은 오는 19일 스위스에서 공식 서명식을 열고 적대 행위를 중단한 뒤 60일간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등을 둘러싼 최종 협상에 착수한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도 서명과 함께 다시 열릴 예정이다. 107일간 이어진 이번 전쟁에서 미국과 이란은 모두 ‘승자’임을 주장하지만, 양쪽 모두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많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 오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종전 양해각서 체결 합의 사실을 알리면서 “미 해군의 대이란 해상 봉쇄를 즉시 해제할 것을 승인한다. 세계의 선박들이여, 엔진을 가동하라. 석유가 흐르게 하라”고 했다. 카젬 가리바바디 이란 외무차관도 국영 TV에서 “레바논을 포함한 모든 전선에서 즉각적이고 영구적인 전쟁 및 군사작전 종료가 시작될 것”이라며 “적은 모든 목표에서 패배했고 이란은 이번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AFP 등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주 카타르 도하에서 예비접촉을 갖고 이어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서명식과 실무회담을 갖는다. JD 밴스 미 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나는 분명히 (서명식에) 참석할 계획”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란 측에서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의장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합의는 전쟁을 끝내기 위한 기본 틀에 가깝다. 미국과 이란은 서명 이후 60일 동안 최종 종전과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본협상에 들어간다. 핵 문제와 제재 해제, 동결자금 처리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원래 열려있던 호르무즈 재개방하는게 승리냐”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80세 생일인 14일 종전 발표가 이뤄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현지 시각 자정이 넘을 때까지 최종 합의를 확정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란 시각으로는 15일 새벽, 미국 동부 시각으로는 14일 저녁 발표가 이뤄지면서 양측 모두 자신들에게 유리한 날짜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전쟁은 우여곡절 끝에 사실상 일단락됐지만, 미국·이란 양측은 물론 세계경제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을 통해 이란의 ‘핵시계’를 뒤로 돌리는 성과를 냈지만, 핵심인 고농축우라늄(HEU) 폐기 등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다. 게다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호르무즈 해협 전략무기화’를 현실화한 것은 미국뿐 아니라 국제 경제에 장기적인 타격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올 어떤 합의도 우리가 (2015년) 처음 체결한 핵 합의보다 크게 나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하원 군사위원회 소속 민주당 세스 몰턴 의원은 “전쟁 이전에 열려 있던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는 합의를 한다니 어떻게 그게 승리가 될 수 있나”라고 했다

이란은 100일 이상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공세를 버텨냄으로써 반미 진영 내 존재감과 위상을 확인했다고 자평할 수 있지만, 자국내 주요 인프라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안보수장 알리 라리자니 등 수뇌부 상당수를 잃은 것도 타격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인질로 잡고 막아선 것은 장기적으로 이란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합의가 트럼프가 전쟁 초기에 내세웠던 목표들에 상당 부분 미치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애초 전쟁이 아니라 외교로도 얻을 수 있었던 결과라는 전문가 분석을 소개했다. 결국 107일 만에 총성은 멈췄지만 이번 전쟁에서 양국의 진정한 득실은 앞으로 진행될 핵 협상의 결과와 종전 이후 중동 안보 지형의 재편 과정 등을 지켜봐야 최종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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