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AI 로봇이 행동 미리 감지, 다리에 힘 보태… “두 달 만에 걸었어요”

“두 발로 바닥을 딛고 서서 걸은 건 두 달 만이네요.”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로봇재활치료센터에서 만난 오성열(42)씨의 발걸음은 느릿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떼는 게 불안해 보였지만 두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었다. 오씨는 목뼈 뒤 인대가 굳는 후종인대골화증 때문에 지난 4월 초 경추(척추뼈 가장 윗부분)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몸이 마비돼 두 달 가까이 휠체어 생활을 했다.
손가락조차 움직일 수 없었던 오씨가 두 달 만에 느리긴 해도 자연스럽게 걷기 시작한 건 웨어러블 AI(인공지능) 재활 로봇 덕분이다. 벨트 형태의 재활 로봇이 오씨의 허리와 다리를 끈으로 지탱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다. 웨어러블 기기는 옷이나 액세서리처럼 몸에 착용하는 형태의 기기다. 여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사용자의 신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분석해 신체 기능과 감각을 보조해 주는 게 웨어러블 AI 로봇이다.
물리치료사가 주로 하던 재활 치료에서 웨어러블 AI 로봇이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재활 치료는 물리치료사가 환자의 몸을 붙잡고 걸음마를 유도하는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치료는 환자마다 체형과 운동 능력, 몸 상태가 달라 정밀하게 교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웨어러블 AI 로봇은 물리치료사 역할을 대신하면서 환자의 보행 패턴과 자세를 더 정교하게 감지해 교정해 준다. 오성열씨가 입은 웨어러블 AI 로봇 ‘H10’에는 고정밀 센서 7개가 들어가 있다. 이 센서들이 환자의 행동 의도를 실시간으로 읽고, AI가 동작별 최적의 힘을 계산해 로봇을 작동했다. 오씨가 다리를 들어 올리려 하는 걸 AI가 감지하면 로봇이 힘을 보태 발을 쉽게 내딛도록 도와주고, 반대로 다리가 과도하게 올라가면 이를 제어해 정상 보행 궤적에 가깝게 유도하는 식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올해 3월 웨어러블 AI 재활 치료를 시작했다. 이 치료를 받는 환자는 H10 로봇은 주당 40~70건, H메디 로봇은 주당 약 20건 정도라고 한다. 병원 관계자는 “30분 기준 웨어러블 AI 재활 치료 비용은 2만원 선”이라고 했다.
의료계는 환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파킨슨병 치료에 웨어러블 AI 로봇이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킨슨병의 대표적인 증상인 ‘보행 동결’ 개선에 큰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행 동결은 본인 의지와 관계없이 발이 바닥에 붙은 것처럼 갑자기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장애다. 윤서연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앞으로 의료계에서 웨어러블 AI 재활 로봇은 활용도는 점점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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