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아픔에 공감하는 법도 알려줘야 ‘참교육’
몇 주 전 인근 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소식은 밀집한 학원가를 통해 아이와 학부모들에게 순식간에 퍼졌다. 충격과 안타까움도 잠시. 아이의 죽음은 6월 모의고사 등급 컷 결과와 기말고사에 밀려서 며칠 만에 잊혔다.
지난해 전국 일반고 1703교에서 학업을 중단한 고1 학생 수가, 관련 자료 집계를 시작한 2019년 이후 사상 처음으로 1만명을 돌파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내신 경쟁이 치열한 학군의 일반고에 다니는 고1 딸에게 물어보니 1학기 중간고사 이후 같은 학년 6명이 학교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교육 관계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9등급제에서 5등급제로 바뀐 내신 학제 개편 때문으로 분석한다. 일부 학생에게 자퇴는 입시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학교 이탈을 ‘전략’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온라인 학부모 카페에는 ‘친구가 없어 아이가 힘들어한다’는 내용의 하소연이 주기적으로 올라온다. 성적이 곧 생존이 된 교실에서 친구는 더 이상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동반자가 아니다. 누군가는 또래를 ‘찐따’로 밀어 넣으며 배제하고, 아이들은 ‘찐따’로 낙인찍히지 않으려 발버둥 친다. 내신 등급을 나누듯 서로를 서열화하고 낙인찍는 행위는, 고립되지 않기 위해 아이들이 터득한 각자도생 방식일지 모른다.
그러나 어른들은 아이들의 자퇴를 ‘학제 개편에 따른 유불리’로 분석하고, 누군가의 죽음조차 ‘등급 컷’ 뒤로 빠르게 밀어낸다. 아이들은 존재 자체로 연결되는 감각을 잃은 채 지독한 외로움을 견디고 있는데, 세상은 온통 숫자와 효율로 아이들의 비극을 해석한다.
학부모 카페에 올라오는 눈물의 하소연 속에는 일류 대학 간판보다 ‘단 한 사람의 온전한 지지자’를 간절히 바라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이 담겨 있다. 한 아이가 세상을 등지고 수만 명의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지금, 우리가 정말로 복원해야 할 것은 무너진 대입 전략이 아니다. 서로의 고통을 알아채고 보듬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연민과 연결감이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줄 모르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결코 함께 사는 법을 배울 수 없다. 이걸 가르치는 게 우리 어른의 ‘참교육’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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