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원하는 한국축구…‘두 개의 적’과 싸운다

‘광적인 응원’ 멕시코 안방
현지 교민조차 현장행 손사래
판정 불리함도 경계 대상
역대 두 번째 경기서 승리
없어 4무 7패 징크스 끊어야 목표 달성
2002 한·일 월드컵은 ‘개최국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각인시킨 대회였다. 직전 대회까지 통산 14경기에서 단 1승(4무 10패)도 거두지 못했던 대한민국은 안방의 이점을 안고 세계적인 강호들을 연파하며 ‘4강 신화’를 썼다.
본선 직행으로 확보한 긴 훈련 시간이 밑거름됐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의 세심한 일정 배려와 홈 관중의 압도적인 응원도 큰 힘이 됐다. 일각에서는 승부의 고비마다 개최국에 유리한 판정이 작용했다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16강에서 한국에 패한 이탈리아가 여전히 ‘심판 판정’을 걸고넘어지는 것이 대표적이다.
24년이 흐른 지금, 한국 축구가 정반대의 처지에 놓였다. 이제는 거꾸로 광적인 홈 이점을 등에 업은 개최국과 맞붙는 부담을 안게 됐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오는 19일 오전 10시(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공동 개최국 멕시코를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을 치른다.
한국 축구가 역대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개최국과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2일 체코를 2-1로 꺾으며 32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한국이지만, 이번 멕시코전 결과에 따라 조 1위 통과와 더 높은 토너먼트 무대를 향한 대진표가 결정된다.
객관적인 전력 차이는 크지 않다. 통산 상대 전적에서는 4승 3무 8패로 한국이 열세에 있지만, 가장 최근인 지난해 9월 평가전에서는 2-2 무승부를 거두며 팽팽히 맞섰다.

문제는 중립 지역이었던 평가전과 달리, 이번 무대는 일방적인 응원이 쏟아지는 멕시코의 안방이라는 점이다. 재산을 털어서라도 원정길에 나서는 멕시코의 축구 열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40년 만에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다. 개막전이 열린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는 8만 1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해 귀청이 찢어질 듯한 함성을 쏟아냈다.
한국과의 2차전 역시 일방적인 ‘초록 물결’이 예상된다. 불과 며칠 전까지 “꼬레아”를 외치며 한국을 응원하던 현지인들이 이제는 가장 무서운 적으로 돌아선다. 현지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과달라하라의 한 교민은 “체코와의 1차전은 교민 300여 명이 모여 편안하게 응원했지만, 멕시코전은 신변 안전 등을 우려해 신청자가 70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경기 당일 가게 문을 닫겠다는 교민들도 많다”고 전했다.
과거 이탈리아가 느꼈던 ‘판정의 불리함’도 경계 대상이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심판의 휘슬이 우리 기대만큼 불어주지 않을 것”이라며 “개최국의 홈 이점은 엄연한 현실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틈새는 있다. 한국이 초반부터 끈끈하고 조직적인 축구로 격차를 좁힌다면 개최국 프리미엄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열정적인 멕시코 관중은 자국 선수들이 무기력한 경기력을 보이거나 실수를 저지르면 사정없이 야유를 퍼붓는다. 또 과거와 달리 비디오 판독(VAR)과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 등이 도입되어 결정적인 오심 가능성도 현저히 낮아졌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하면 한국 축구의 해묵은 과제인 ‘월드컵 2차전 잔혹사(4무 7패)’도 끊어내게 된다.
홍명보 감독은 이미 큰 무대에서 개최국을 무너뜨린 기분 좋은 기억이 있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홍 감독이 이끈 올림픽 대표팀은 8강에서 개최국 영국(단일팀)을 만나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5-4로 승리하며 영국에 절망을 안겼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축구 역사상 최초의 올림픽 동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만약 홍 감독이 이번에도 멕시코를 꺾는다면, A조 1위 유력 고지에 오르며 멕시코시티에서 한결 수월하게 32강전을 준비할 수 있다.
선수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홍 감독의 애제자로 손꼽히는 설영우(즈베즈다)는 “상대가 엄청난 홈 이점을 누리겠지만 물러설 생각은 전혀 없다”며 “이번 경기에서 무조건 32강 진출을 확정 짓겠다. 우리의 목표는 조 1~2위가 아니라 3전 전승”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과달라하라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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