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좀 넣어봐. 거물 데려올게" 출소하자마자 1억7천만원 뜯었다 [사기꾼들]
60억원 투자협약서는 '가짜 소품'
가로챈 돈 개인 빚·생활비로 탕진
법원 "죄질 불량하고 실형 불가피"

지난 2021년 3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커피숍. A씨(51)는 지인들을 모아놓고 확신에 찬 듯한 목소리로 파격적인 제안을 건넸다. 과거부터 자신과 굵직한 일을 함께해 온 자금주들이 많아 손만 조금 쓰면 거금의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호언장담이었다.
단, 그가 내건 조건이 하나 있었다. '투자 유치용 마중물'이 필요하다는 것. 큰손들의 마음을 움직여 투자금을 확보하려면 우선 1억에서 3억원 정도의 선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급금을 투자자들에게 지급하면 늦어도 2~4주 안에 투자금을 100% 가져올 수 있다"며 지인들의 조급한 심리를 자극했다. A씨의 말에 속아 넘어간 지인들은 결국 지갑을 열었다. 이들은 총 9회에 걸쳐 선급금 명목으로 합계 1억7200만원이라는 거금을 A씨 통장에 쏟아부었다.
이 모든 것은 지인들의 눈을 멀게 한 미끼였다. 그가 호언장담했던 거물급 자금주들은 사실상 '허상'이었다. 조사 결과 그가 말한 자금주들로부터 투자금을 받기로 약속돼 있지 않았다. 당연히 A씨에게는 투자금을 유치할 의사도, 능력도 없었다.
의심을 피하고자 A씨가 내밀었던 대형 조합 명의 '60억원 자금 투자협약서' 역시 사기극을 완성하기 위한 소품 장치에 불과했다. 재판 과정에서 드러난 이 문서의 실체는 황당 그 자체였다. 그가 알고 지내던 다른 지인에게 대충 건네받은, 어떠한 의미도, 효력도 없는 가짜 문서였던 것이다.
지인들이 피땀 흘려 모은 1억7200만원의 행방도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투자 유치라는 명목이 무색하게도, 이 거금은 투자 유치가 아니라 A씨의 사익을 충족하는 데 쓰였다. 그가 밀린 빚을 갚고 생활비를 충당하는 사이 돈은 증발해 버렸다. A씨는 처음부터 지인 돈을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하고자 덫을 짰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12단독(김회근 판사)은 지난 5월 2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해자가 신청한 배상명령신청은 각하했다.
재판부는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내용 등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다"면서 "현재까지 아무런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고 가장 큰 피해를 본 피해자가 엄벌을 지속적으로 탄원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사기죄 등으로 여러 차례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사기죄로 실형을 복역하고 출소해 누범기간 중에 있는데도 자숙하지 않고 또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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