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제주항공 희생자 유해 마지막 한 점까지 발굴"
카드뮴 검출된 둔덕부터 작업
오염토 제거·감식 조사 병행
무더위 등 기상상황 최대 변수
"작업자들 폭염 대책 마련해야"

"단 한 점의 유해도 남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재수색에 총력을 다해야 합니다."
15일 오전 11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내 방위각 시설 근처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해 수습 현장을 바라보던 유가족 김정철 씨가 이렇게 밝혔다.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기온은 30도 가까기 치솟았다. 작업자들은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따라 방진복과 마스크를 두텁께 껴입고 일을 했다. 현장에 빨간 천막을 설치해 잠시 더위를 피할 공간을 마련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씨도 20분 동안 방진복을 입고 수색 작업을 지켜봤는데, 벗자마자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부실 수습 정황을 계속 발견하는 것은 참사 진상규명의 중요한 한 축"이라면서도 "작업자들의 건강도 중요하다. 현장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등 수색 당국 관계자들은 발암물질 검출 등으로 중단됐던 제주항공 참사 관련 범정부 대수색을 재개했다. 1급 발암물질인 카드뮴 등이 검출돼 중단된 지 35일 만이다. 해당 구역은 이미 지난해 5월 무안군으로부터 토양오염 정화 명령을 받았지만 현장 보존 등을 이유로 작업이 미뤄졌었다.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이른바 '콘크리트 둔덕(방위각 시설)' 인근부터 제한적으로 수색이 다시 시작됐다. 오염된 흙을 반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토양정화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환경관리사업소가 오염 구역의 흙을 30㎝가량 파낸다. 이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수차례 채로 걸러낸다. 유해 추정 물질이 발견되면 감식단이 1차 판단을 한다. 감식단은 원래 6·25전쟁 당시 미수습 전사자의 유해를 발굴·감식하는 조직이다. 참사 현장에 투입된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두 번째라고 한다.
때 이른 폭염이 '변수'다. 참사 진상 규명의 한 축인 유해 수습이 한 달여 만에 재개됐지만, 현장에선 무더위 속 작업자들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다가올 여름철 폭염과 장마까지 감안하면 작업이 더 지연될 가능성도 있어 신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가족들은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색이 늦어질수록 장마와 폭염이 겹쳐 작업 여건은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가족들의 걱정이다. 정화 작업은 이달 25일까지 예정돼 있지만 추가 오염물질 검출 여부나 작업자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더운 날씨 속에서 작업자들을 재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한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날씨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색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카드뮴 오염토를 우선 제거한 뒤 방진복과 특수 마스크 착용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작업 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발암물질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항 외곽부 수색은 내달 22일 재개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이날 오전 작업에서만 유해 추정 물질 1점이 발견됐다. 감식단 관계자는 "크기가 작아 정확한 부위는 특정할 수 없지만 팔이나 정강이 같은 장골 일부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