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해 중심 청정수소 인증, 국제기준에 맞게 손봐야”

신석주 기자 2026. 6. 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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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바이오에너지 포럼 3차 세미나…국제기준 정합성 개선 논의
국제기준과 괴리된 청정수소 인증체계, 합리적 개선 필요성 제기

[수소신문] "실제 청정수소 기준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친환경 공정임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미비로 인해 인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수전해 중심의 국내 청정수소 인증 규정을 국제표준에 맞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청정 바이오수소의 국내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행 청정수소 인증제도를 국제표준에 맞춰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제기됐다.
▲ 지난 12일 디캠프 마포 5층에서 청정 바이오에너지 포럼 제3차 세미나가 진행됐다. 

수전해 중심의 규제를 바이오가스 공정에 무리하게 적용해, 실제로는 청정수소 기준을 충족함에도 인증을 받지 못하는 불합리한 규제 장벽이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12일 서울 마포 디캠프에서 열린 '청정 바이오에너지 포럼 제3차 세미나'에서 김기동 아헤스(AHES) 전무는 이같이 지적하며, '청정 바이오수소에 대한 전 과정 환경평가(LCA)와 인증 제도 개선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이날 발표에서 김 전무는 미국 IRA 45V, 영국 LCHS, ISO 19870-1 등 총 18개의 해외 문헌 및 국제 표준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국내 제도의 한계점과 개선 방향을 날카롭게 짚어냈다.

김 전무는 먼저 바이오수소 생산의 핵심인 증기메탄개질(SMR)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산정 방식의 오류를 지적했다.

바이오메탄을 열원으로 사용할 때 발생하는 CO₂는 생물 기원 탄소(Biogenic Carbon)의 연소에 해당한다. 전세계 기준이 되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배출계수 가이드라인에서는 이를 '0'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미국·영국 및 ISO 국제표준 역시 이 원칙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이 운영하는 국내 청정수소 인증 규정에는 이 조항이 누락되어 있다. 이로 인해 바이오메탄 기반 공정에서 발생하는 CO₂까지 화석연료와 동일한 배출계수로 산정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김 전무의 설명이다.

실제로 황용우 인하대학교 교수 연구팀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ISO 14040·14044 기반 전과정평가(LCA) 방법론을 통해 교차 검토한 결과, 바이오메탄을 열원으로 쓰고 메탄 누설률을 1% 미만으로 관리하면 최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2.58kg CO₂eq/kg H₂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청정수소 기준인 '4kg CO₂eq/kg H₂ 이하'를 여유롭게 충족하는 수치다.

이어 김 전무는 글로벌 트렌드와 역행하는 국내 독자 규제인 '대안 경로(Alternative Pathway)' 입증 요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영국, EU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바이오메탄을 활용한 수소생산 경로를 청정수소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다.

특히 자연 발생 폐자원을 활용하는 바이오가스의 특성을 고려해, 특정 대안적 활용처와의 비교를 전제로 청정성 여부를 판단하는 '대안 경로' 기준은 요구하지 않는 것이 국제적 관례다.

반면, 국내 제도는 수전해 수소의 '재생에너지 전력 추가성' 확보 개념을 바이오가스 분야에도 동일하게 대입하여 까다로운 대안 경로 입증을 요구하고 있다.

김 전무는 "해외 청정수소 인증제도와 국제 표준을 비교·검토했으나, 바이오가스 기반 수소 생산에 대안 경로 입증을 요구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바이오가스 고유의 특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검토와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 이번 토론회에서는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의 기술적 타당성은 이미 확인됐지만,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인증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공감대가 형성됐다. 사진은 AI 생성 이미지.

"바이오수소, 잠재력 충분…유연한 인증체계 마련이 핵심"

이어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 생산의 기술적 타당성을 확인하고,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인증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데 산·학·연 전문가들의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참석자들은 국내 바이오메탄 기반 수소생산이 청정수소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산업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과제들을 제안했다.

학계 전문가들은 바이오메탄의 기술적 타당성을 지지하며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김현욱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바이오가스 개질 공정에 투입되는 바이오메탄의 연소 배출량을 생물 기원 탄소로 인정해 '0'으로 간주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타당하다"며 힘을 실었다.

이어 "향후 핵심 과제인 메탄 누설을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소규모 분산형 시설보다 대형화·집중화된 바이오가스 시설 구조를 갖추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상병인 한양대학교 교수 역시 바이오가스 기반 청정수소의 기술적 타당성에 적극 동의하며,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CO₂) 역시 귀중한 자원이기에 단순히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 이를 포집하고 재활용(CCU)하는 방안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외연 확장을 제안했다.

연구계에서는 이미 국내 기술과 인프라로도 청정수소 기준을 달성할 수 있다는 실증 데이터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송형운 고등기술연구원 수석은 현재 가동 중인 '충주 바이오수소 플랜트'의 실제 운전 데이터를 인용하며, "한국의 일반 전력망(그리드)을 기준으로 삼아 산정하더라도, 이미 국내 청정수소 인증 기준인 '수소 1kg당 이산화탄소 4kg 이하(4 kg CO₂/kg H₂)'를 만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바이오수소의 현실적 가능성을 증명했다.

산업계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한 전문가들은 급증하는 수요에 맞춘 제도적 유연성과 글로벌 수준의 기술 확보를 주문했다.

박종한 제이엔케이글로벌 상무는 "최근 버스를 비롯한 수소 모빌리티 보급이 확대되면서 청정수소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고 짚으며 "안정적인 수소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내 바이오가스를 활용한 수소 자급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현실적인 당위성"이라고 강조했다.

예형영 롯데건설 책임은 제도의 유연한 운영을 촉구하며, "현장 플랜트별로 사용하는 원료나 공정, 에너지 사용량의 편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획일적인 기준 대신 현장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유연한 평가 가이드라인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전담 심사 조직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휘 에어레인 전무는 엄격해지는 글로벌 규제 트렌드를 경고했다.

김 전무는 "유럽은 이미 메탄 누설률 0.5% 이하 기준을 시설 허가의 필수 조건으로 못 박았으며, 이러한 기조는 전 세계로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고효율 기체 분리막(Membrane) 기술 등을 적극 도입해 국내 바이오가스 시설의 자체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을 마친 참석자들은 메탄 누설의 엄격한 관리, 실증 데이터의 지속적인 축적, 그리고 현장을 고려한 합리적인 인증체계 구축이 향후 대한민국 바이오수소 산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열쇠가 될 것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좋은 기술도 제도의 벽 넘지 못하면 확산 안돼!…규정 개정 시급"

청정 바이오에너지 포럼에 참석한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제도의 벽을 넘지 않으면 확산할 수 없다"며 바이오수소가 청정에너지로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도록 올해 말까지 실질적인 규정 개정 작업에 착수하는 것을 목표로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포럼의 좌장을 맡은 이형술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 교수는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구체적인 후속 과제를 정리해 제시했다.

이 교수는 구체적으로 IPCC 기준에 따른 생물 기원 탄소배출량 '0' 산정 규정 신설, 국제표준과의 정합성 확보를 위한 바이오 부문 '대안 경로' 의무 규정 폐지, 충주 플랜트 등 국내 실증 데이터의 전략적 공개, 그리고 범부처 차원의 탑다운(Top-down) 정책 설득 병행을 핵심과제로 꼽았다.

참석자들은 바이오수소가 쓰레기나 폐기물 같은 폐자원의 순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안보 강화 측면에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은 청정에너지 자원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향후 축적될 실증 데이터와 글로벌 기준 분석을 바탕으로 제도적 개선 방향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지속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았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수소 관련 제도적 기반이 합리적으로 정비될 경우, 국내 폐자원 활용이 대폭 확대되고 청정수소 공급원 역시 다양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이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과 순환경제 활성화에도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