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칼럼] 민주당은 지금 자신들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김민아 기자 2026. 6. 15.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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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부터)가 손을 잡고 들어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오늘도 싸운다. 어제도 싸웠다. 내일도 싸울 것이다. 성실히 취재하는 현장 기자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싸움의 내용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똑같다. 친명(친이재명) vs 친청(친정청래), 친청 vs 친석(친김민석),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 vs 한강새똥돼주길(한준호·강득구·김민석·이동형·김용민·이언주·송영길)… 참전한 ‘선수’들은 사뭇 비장하지만, 주권자 다수는 흥미가 없다.

국회의원의 제1 목표는 소속 정당의 대통령 배출도, 원내 1당 획득도 아니라고 한다. ‘(의원) 생명 연장의 꿈’이 우선이라고 한다. 권력 욕망 자체를 탓할 일은 아니나, 지금의 민주당은 심하다. 161석을 보유한 집권당에 정책 논쟁이 없다. 시민들은 삶이 팍팍하다는데, 철없는 여당은 ‘나홀로 태평성대’다.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2028년 금배지 다시 다는 것 외에 하고 싶은 일이 있기는 합니까?

두 달 후 민주당은 전당대회를 치른다. 전당대회는 당의 현주소를 성찰하고 미래 진로를 모색하는 자리다. 권력 투쟁이 불가피하다 해도 권력 투쟁의 수준을 높일 수는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냐 정청래 대표냐가 핵심이어선 곤란하다. ‘누가 대통령의 호위무사로 더 유능한가’ 수준의 경쟁으로도 안 된다. 정치 유튜브를 들어본 적 없는 시민도 귀를 쫑긋 세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친명 vs 친청, 시민 외면하는 권력투쟁
161석 여당 전대, 정책 논쟁 왜 없나
청년고용·금투세·초과세수 토론해야
그들만의 다툼 대신 시민 속으로 가라

민주당은 6·3 지방선거 이후 2030세대의 보수화를 우려하고 있다. 빗나간 출구조사를 근거로 섣부르게 진단하는 건 옳지 않다. 대신 2030이 뭘 원하는지, 집권당은 뭘 못했는지 따져볼 일이다. 최근 발표된 ‘5월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다.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전보다 25만5000명 줄었다. 5년4개월 만의 최대다. 인공지능(AI) 탓으로 돌리며 청년층 지지를 바란다면 뻔뻔하지 않나.

코스피 지수가 8000을 넘었다.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을 유예할 때 민주당에선 “코스피가 4000대에 가면 시장 참여자들도 금투세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코스피가 1만~1만1000 갈 것이라는 전망(노무라증권)까지 나오는데 민주당 의원들은 입을 닫고 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원칙은 어디 갔나.

‘반도체 특수’로 올해 국세수입이 정부 전망치보다 15조원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초과세수를 어디 어떻게 쓸 것인지는 온 나라의 관심사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관련 글을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리는데, 청와대보다 운신 폭이 넓은 의원들이 백가쟁명할 일 아닌가?

여당 의원들이 싸워야 할 이슈는 차고 넘친다. AI 전환, K자형 양극화, 부동산 보유세, 전월세 대책, 검찰 보완수사권, 조작기소 특검법에 공소취소 포함 여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에게 딱 어울린다. 허구한 날 ‘무가치한’ 쟁투에 매몰되지 말고, 시민 속으로 들어갔으면 한다. 지역구 의원들은 지역구로 가고, 비례대표 의원들은 세대·성·지역·직업·계층별로 초점집단면접(FGI)을 해보면 어떤가. 그조차 귀찮으면 차라리 엑스나 인스타그램이라도 열심히 들여다보기 바란다. “정권은 짧다” “당권은 짧다” 식의 말장난이나 주고받는 것보다야 백배 나을 터다.

반론이 예상된다. “순진한 소리 말라. 시민 만나고 법안 발의한다고 공천받나? 김민석이든 정청래든 줄을 잘 서야, 강성 당원들에게 잘 보여야 공천을 받지.” 국회의원 두어 번 하는 게 꿈이라면 해오던 대로 계속하면 된다.

언젠가 서울시장도, 대통령도 되고 싶다면 달라져야 한다. 주권자를 만나고, 학습을 하고, 정책을 제안하고, 입법을 하고, 그 모든 성과를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에 줄 서서 공천받는 것보다 훨씬 험한 길을 걷게 될 거다. 낙천이나 낙선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일반 시민도 입시에 떨어지고 직장에서 잘린다. 그래도 다시 일어난다.

공공선을 실천하겠다며 정치에 뛰어든 의원들이 신념을 추구하다 무릎 꺾일 각오도 없다면, 정치 그만두는 게 낫지 않을까. 소신을 지키다 겪은 좌절은 당장 손해지만 ‘장투(장기투자)’가 된다. 미래를 위한 ‘포인트’를 쌓고 ‘가치 있는’ 서사를 구축하는 일이다. 서사 없이 대통령이 된 정치인은 없다.

김민아 논설위원

김민아 논설위원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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