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머스크의 AI 생태계 공략…엔비디아·구글도 줄섰다
삼성, 파운드리 기술력 증명 기회
뉴럴링크는 TSMC 의존도 줄여
파운드리 원스톱 일괄 생산 부각
올해 4년 만에 흑자전환 가능성

“삼성전자와 TSMC는 모두 훌륭한 기업이다.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훌륭한 결과를 달성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7월 X(옛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테슬라가 당시 삼성전자와 23조원 규모 차세대 자율주행 칩 AI6 생산 계약을 체결한 뒤 온라인에서 ‘삼성전자 기술력이 대만 TSMC에 뒤처져 차세대 칩 양산이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머스크가 직접 등판해 진화에 나섰다. 그는 삼성 고위 경영진과 회의한 사실을 공개하며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능력을 치켜세웠다.
이 발언은 머스크가 설립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뉴럴링크가 차세대 칩 생산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낙점한 배경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공급망 다변화를 넘어 테슬라의 차세대 자율주행 칩 협력 과정에서 검증된 삼성 파운드리의 기술력과 양산 능력에 굳건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 머스크가 꿈꾸는 인공지능(AI) 초지능 시대를 실현할 뉴럴링크의 핵심 파트너로 삼성 파운드리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원스톱 턴키 역량이 핵심 경쟁력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는 지난해 말부터 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기반으로 뉴럴링크 4세대 칩을 개발 중이다. 삼성 파운드리가 뉴럴링크 칩 개발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뉴럴링크는 3세대 칩까지 TSMC와 협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 칩은 뇌와 디지털 기기 간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칩이 뇌 신호를 읽어 디지털 기기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4세대 칩은 디지털 기기 데이터를 뇌에 입력해 신체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 뇌 신경을 자극해 시력 복구도 가능해진다. 뉴럴링크는 4세대 칩을 양산해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뉴럴링크가 삼성 파운드리와 협업에 나선 건 TSMC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최첨단 초미세 공정을 통해 대량의 칩을 안정적으로 찍어낼 수 있는 곳은 TSMC가 사실상 유일했다.
그러나 최근 AI 열풍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엔비디아 구글 AMD 등 빅테크의 주문이 TSMC로만 쏠려 심각한 파운드리 병목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다. 칩 공급 지연 우려가 현실화하자 뉴럴링크를 비롯한 빅테크에 TSMC를 대체할 확실한 ‘제2 공급망’ 확보는 시급한 과제가 됐다. 특히 삼성전자만의 독보적인 칩 설계 기술과 반도체부터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원스톱 턴키(일괄 생산) 역량이 머스크 마음을 사로잡은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테슬라와 삼성전자의 끈끈해진 협력 관계도 결정적 배경으로 작용했다. 삼성전자는 AI6 칩 대규모 수주 외에 TSMC가 독점 생산할 것으로 알려진 AI5 개발 및 생산도 맡게 됐다. 삼성전자가 이를 통해 확보한 기술적 신뢰가 뉴럴링크 칩 수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 퀄컴, 앤스로픽 등 추가 수주 기대
업계에선 이번 협업을 토대로 삼성전자가 빅테크와 추가 계약을 맺어 파운드리 시장 내 입지를 대폭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빅테크 수장들은 삼성 파운드리 평택사업장을 방문해 협업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올 들어서만 리사 수 AMD CEO를 비롯해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이 잇달아 삼성 경영진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구체적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10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스피시’의 주 연산장치와 HBM을 연결하는 입출력(I/O) 칩 생산을 삼성전자에 맡길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수주 호조에 힘입어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4년 만에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원종환/김채연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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