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년 전 출현한 마귀상어, 심해서 산 채로 첫 관찰
국제연구진 태평양 중부 두 곳서 촬영

희귀하고 기이한 외모로 유명한 마귀상어가 심해 자연 서식지에서 최초로 포착됐다. 지금껏 낚싯줄에 걸려 죽은 채로만 발견됐는데, 살아있는 상태로 관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 하와이대 마노아캠퍼스와 서호주대(UWA) 연구진이 각각 태평양 자르비스섬 인근 해저산과 태평양 남서부 통가 해구에서 마귀상어의 모습을 촬영하는데 성공했다고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마귀상어는 태평양·대서양·인도양 등 전 세계 해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서식지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관찰하기는 어려웠다. 이번 관찰 기록은 국제학술지 ‘어류생물학 저널’에 지난 19일 공개됐다.


마귀상어는 약 1억2500만년 전, 공룡 전성기였던 백악기에 등장한 상어 계통의 유일한 현생 종으로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린다. 마인드루-서호주대 심해연구센터의 앨런 제이미슨 교수는 마귀상어가 거의 전설 속 생물처럼 여겨질 정도로 신비한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제이미슨 교수는 “이 상어는 입이 머리 아래로 뻗어 나온 듯한 놀라운 모양인데, (목표물을 감지하면 주둥이가 튀어나와) 먹이를 낚아채는 방식으로 사냥한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이번 논문의 주저자인 하와이대 박사과정생 애런 유다 연구원은 지난해 ‘심해동물연구센터’(DARC) 동료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2019년 심해 탐사 때 마귀상어가 촬영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얻게 됐다. 연구팀은 당시 ‘태평양 섬 해양 유산 보호구역’ 내에 있는 킹먼암초와 팔미라환초, 자르비스섬 주변 생태계를 조사 중이었다. 그는 방대한 영상 기록을 하나하나 검토한 끝에, 실제 자르비스섬 북서쪽의 이름 없는 해저산 근처에서 마귀상어가 포착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번째 관찰은 2024년 태평양 남서부의 통가 해구에서 이뤄졌다. 마인드루-서호주대 심해연구센터가 주도한 연구에서 해저에 설치한 카메라에 마귀상어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 제이미슨 교수는 “마귀상어가 살아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만큼 상징적인 심해 동물”이라며 “실제 목격한 것만으로도 놀라웠는데 하와이 연구진이 또 다른 개체를 관찰했다는 사실을 알게 돼 정말 믿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이때 연구진이 확보한 마귀상어의 모습은 50일간 쉬지 않고 촬영한 영상 기록 중 약 20초 남짓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번 관찰을 통해 마귀상어가 더 넓고 깊은 지역에서 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마귀상어는 그동안 미국 서해안과 호주, 일본을 비롯한 태평양 지역, 그리고 대서양·인도양 일부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관찰 모두 이전에는 서식이 알려지지 않았던 태평양 중부에서 촬영됐다. 유다 연구원은 “마귀상어가 발견된 수심이 더 깊어졌다는 점도 놀랍다”며 “통가 해구에서의 관찰은 기존에 알려진 수심보다 700m 더 깊은 곳(2000m)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백상아리, 돌묵상어, 청상아리 등을 포함하는 악상어목의 최저 서식수심을 100m가량 갱신한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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