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기술 가르쳐달라" 절박한 日…40년 만에 판 뒤집혔다
韓, 1970년대 日 벤치마킹했지만
2000년대 고부가선 앞세워 추월
경제안보 다급한 日, 韓에 SOS

일본 정부가 자국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한국 조선업계와 기술 협력을 추진한다. 세계 조선 최강국이던 일본이 LNG선 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한국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국과 일본 조선업의 위상이 40년 만에 역전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日, 2035년 LNG선 건조 재개 목표
1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달 말 발표할 ‘관민 투자 로드맵’에 국산 LNG선 건조 재개 계획을 포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한국 조선사에 관련 기술 협력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이마바리조선, 가와사키중공업, 나무라조선소 등을 중심으로 2035년부터 연간 3~5척의 LNG선을 건조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일본은 2019년 마지막 LNG선을 인도한 뒤 사실상 LNG선 건조를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일본을 추격하며 성장해온 한국 조선산업의 위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보고 있다. 한국 조선산업은 1970년대 정부의 중화학공업 육성 정책을 계기로 전환기를 맞았다. 당시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조선업계 절대강자이던 일본 조선소의 생산 방식과 운영 체계를 벤치마킹해 경쟁력을 키웠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등 대형 조선소가 잇달아 등장해 일본을 추격했고, 1990년대 들어 세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일본 조선업계는 엔고와 고비용 구조로 가격 경쟁력이 약화하고 조선업 재편이 늦어지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그사이 한국 조선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 투자하며 기술 격차를 벌렸다. 2000년대 들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쥐었다.
◇韓 조선업계와 기술 협력 추진

양국의 격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야는 LNG선이다. LNG선은 영하 163도의 액화천연가스를 저장·운송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이다. 글로벌 LNG선 시장은 한국이 약 70%, 중국이 약 30%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이 빠르게 추격하고 있지만 LNG선 건조 경험과 품질, 납기 경쟁력에서는 여전히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일본에는 세계 LNG선 주류인 멤브레인 방식 탱크를 제조하는 기술이 없다. 각형 화물창을 선체와 일체화한 멤브레인 방식은 저장 효율이 높고 운송 경제성이 뛰어나지만, 기술 난도가 훨씬 높다. 일본 조선사는 둥근 탱크를 여러 개 끼워 넣는 모스 방식을 고수해 경쟁력에서 밀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3개 조선사가 LNG선 건조 재개를 위해 멤브레인 탱크 제조 기술을 보유한 한국 조선업계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한국 대형 조선사에서 기술을 이전받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LNG 탱크 기술 라이선스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에도 협력을 요청할 예정이다.
일본이 LNG선 산업 재건에 나선 배경에는 경제 안보가 있다. 일본은 발전용 연료와 도시가스 공급에 사용하는 LNG 수요의 약 98%를 수입에 의존한다. 섬나라 특성상 파이프라인 대신 선박 수송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LNG선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다.
하지만 자국 내 건조 능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일본이 수입하는 LNG를 운송하는 선박은 100척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선박 교체 주기를 고려할 때 연간 5척 정도의 LNG선을 안정적으로 건조할 수 있다면 유사시에도 최소한의 에너지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본다.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한국과 중국을 따라잡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 지원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정은 기자/도쿄=최만수 특파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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