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한 장 안 남겼네…일본은 경기 뒤 ‘청소 2차전’

15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일본 축구는 유럽의 강호 네덜란드와 치열한 사투 끝에 2-2로 비겼다.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관람석을 가득 채웠던 관중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일본 응원단 구역의 풍경은 달랐다. 일본 팬들은 파란색 비닐봉지를 일제히 펼쳐 들었다. 그러고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신이 머물던 좌석 주위의 플라스틱 컵, 음식물 포장지, 맥주 캔 등을 주워 담기 시작했다.

단순히 개인 쓰레기만 챙기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의 다른 축구 팬들이 남기고 간 오물까지 꼼꼼히 청소하는 모습이 경기장 대형 스크린과 로이터 카메라 등에 담겼다. 이러한 ‘클린 문화’는 관람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경기를 마친 일본 대표팀 선수단 역시 그들이 머물렀던 라커룸을 완벽하게 청소한 뒤 경기장을 떠났다. 대회 관계자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쓰레기는 봉투에 모두 담겨 있고, 바닥에는 휴지 하나 없다. 수건 등은 포개져 가지런히 놓여 있다. 테이블 중앙에는 대회 조직위원회를 향한 감사의 뜻을 담은 현지어 메시지도 있었다고 한다.

일본 축구의 이러한 ‘클린 문화’는 1998 프랑스월드컵 때부터 시작됐지만 2018 러시아월드컵 때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일본은 16강전에서 벨기에에 두 골을 앞서고 있다가 경기 종료 직전 역전패를 당하면서 8강 진출이 좌절됐다. 화나고 분한 상황인데도 일본 선수들은 경기 뒤 라커룸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러시아어로 ‘감사합니다’라는 손글씨 메모를 남겨두고 떠났다. 이는 2022년 카타르 대회 때도 이어졌다. 당시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일본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아주 당연한 일이다. 어디를 가든 떠나기 전보다 더 깨끗하게 정리해 놓아야 한다”고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폭스(FOX)의 특파원 자격으로 이번 대회를 취재 중이던 미국프로풋볼(NFL) 쿼터백 제이미스 윈스턴(뉴욕 자이언츠)도 일본 팬들과 함께 관중석 쓰레기를 주웠다. 그는 경기 전에는 네덜란드 팬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에이피(AP)는 “일본 팬들은 이날 NFL 댈러스 카우보이스 홈구장에 아무런 쓰레기도 남기지 않고 흔적만 남겼다. 평소 같으면 경기가 끝난 뒤 직원들이 훨씬 더 많은 청소 작업을 해야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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