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접착제 없이 물로 옮겨 붙이는 ‘수면 부유 나노 인쇄술’ 개발

조정민 기자 2026. 6. 1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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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압력 제한 없이 식물 잎부터 곡면 렌즈까지 정밀 회로 전사 가능
금속 박막을 물 위에 띄워 그대로 옮기는 방식
열·압력·접착제·유독 용매 모두 불필요
금속 박막 나노구조 수중 부유 기술 및 전사 공정 모식도. 사진=KAIST 제공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그동안 미세 전자회로를 다른 표면에 옮겨 심는 나노전사 인쇄(nTP) 공정은 높은 열과 압력, 또는 유독성 화학 용매와 강한 접착제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신체 피부나 식물 조직처럼 외부 자극에 취약한 생체 표면이나 복잡한 3차원 곡면에는 첨단 센서를 구현하기 어렵다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 문제를 '물'이라는 친환경적 매개체와 이른바 '국자질' 공정으로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15일 KAIST에 따르면 기계공학과 박인규 석좌교수 연구팀과 한국기계연구원 정준호 박사, 고려대 안준성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정밀 금속 박막 회로를 수면에 띄워 원하는 대상의 표면에 그대로 전사하는 '수면 부유 나노전사 인쇄(WF-nTP)'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되며 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연구팀의 방식은 기존에 일부 시도됐던 물 기반 전사 기법과 차별화된다.

과거에는 물에 녹는 별도의 희생층 고분자를 다리 삼아 회로를 띄웠기 때문에 표면에 이물질 잔여물이 남는 문제가 상존했다.

반면 이번 신기술은 플라즈마 에칭 공정으로 고분자 틀과 금속 박막 사이의 결합력을 제억, 최소 20나노미터(nm) 두께의 초박막 금속 회로를 매개층 없이 물 위에 직접 띄워내는 방식이다.
연구이미지(ai 생성이미지). 사진=KAIST 제공

수면에 떠오른 나노 구조물은 국자로 물건을 떠 올리듯(Scooping) 대상 물체로 천천히 건져 올리는 것만으로 전사가 끝난다.

물기가 마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모세관력이 회로를 표면에 밀착시키고, 수분이 완전히 증발하면 분자 간 인력인 반데르발스 힘에 의해 접착제 없이도 단단히 고정된다.

한 번 부착된 회로는 강한 유속의 물방울에도 분리되지 않을 만큼 견고한 부착력을 보였고, 동일한 공정을 반복해 회로를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

이번 기술은 물을 강하게 밀어내 전사가 불가능에 가까웠던 연잎이나 식물 뒷면 같은 '초소수성' 표면의 한계까지 극복했다. 물에 미량의 에탄올을 혼합해 표면장력을 의도적으로 낮추는 아이디어로 공정의 범용성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 기술이 실생활과 산업 현장에 미칠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팀은 이미 오렌지와 레몬 껍질에 고감도 센서를 부착해 과일을 훼손하지 않고 표면에 남아있는 미량의 농약(티람) 성분을 현장에서 비파괴 방식으로 검출해 냈다.

이를 활용하면 농산물 안전성을 실시간 검증하는 스마트 농업 시스템의 핵심 기술로 연결될 수 있다.

신축성 의류 섬유 위에 팔라듐 박막을 얹어 산업 기준치 이하의 희박한 수소 가스를 정밀 감지하는 웨어러블 가스 센서 구현도 성공하면서 작업자 안전을 위한 유연 소자 분야의 확장성도 증명했다.

연구팀 향후 공정 자동화와 나노 패턴 전사 키트 형태의 상용화 기술을 추가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번 기술 개발은 기판의 물리적·화학적 한계에 갇혀있던 나노 소자 기술을 살아있는 생체 조직과 일상적 표면 위로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향후 웨어러블 헬스케어, 로봇 전자피부 등 차세대 플랫폼의 고도화를 이끌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인규 석좌교수는 "이번 기술은 기존 나노전사 인쇄가 가진 기판의 한계를 뛰어넘어 살아있는 식물 잎이나 피부처럼 민감한 표면에도 접착제와 열 없이 나노 패턴을 옮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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