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남긴 '물가 청구서'…6월도 3%대 고물가 경고등

106일간 이어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종전 국면을 맞았지만, '전쟁 청구서'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3%대로 치솟은 '물가와의 전쟁'은 과거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종전 소식으로 시장의 심리적 불안은 다소 완화할 수 있지만 이미 실물 경제 전반에 침투한 인플레이션 압력을 단기간에 되돌리긴 쉽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앞으로도 상당 기간 물가관리 목표치(2%)를 상회하는 물가 상승세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3%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개월 만이다.
지난 2월 2%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동 전쟁 영향이 반영되기 시작한 3월 2.2%를 기록한 데 이어 4월 2.6%로 상승 폭을 키웠다. 그리고 5월 '3% 벽'을 뚫었다.
중동 전쟁으로 석유류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다.
이 기간 석유류는 △3월 9.9% △4월 21.9% △5월 24.2%의 상승률을 보였다. 5월 기준 2022년 7월(35.2%) 이후 3년 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 폭이다. 석유류는 4월과 5월 전체 물가를 각각 0.8%포인트(p), 0.9%p 정도 끌어올렸다.
이마저도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들이 물가 상승 압력을 억누른 결과다. 이들 정책은 4월 1.2%p, 5월 0.6%p 각각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2일 국무회의에서 "석유류 최고가격제 등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물가상승률은) 3.7%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이 없었다면 5월 물가가 3.7% 급등했을 거란 의미다.
다만 중동 전쟁 종전에도 상당 기간 물가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거란 분석이 나온다. 이미 유가 상승 충격이 점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서다. 지난 5월 해외 단체여행비(26.3%)와 승용차 임차료(25.7%), 세탁료(11.3%) 등 유가 영향이 큰 개인서비스 요금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당장 국제 유가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안정되기도 힘든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협상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오는 19일부터 당장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더라도 원유 운송 시간, 정유사의 유통기간 등 국제 유가가 국내 유가에 반영되기까진 통상 2주 이상 소요될 전망이다. 이에 6월 물가도 3%를 상회하는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유가 상승은 서비스 물가도 자극하고 있다. 실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식품·에너지 제외)는 개인서비스 가격을 중심으로 지난달 2.5% 상승했다. 유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근원물가까지 오르는 것은 공급뿐 아니라 수요 측 압력도 확대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거란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한국은행도 유가 충격이 확산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 "향후 물가상승률은 정부의 물가안정대책이 상방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공급 충격의 파급 영향이 확대되고 수요 측 물가 압력도 커지면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동 전쟁 기간 각국이 방출했던 비축유를 다시 늘리는 과정에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며 "원유 가격 하락을 기대하긴 쉽지 않고 환율도 안정되기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3%대 물가상승률이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세종=김온유 기자 onyoo@mt.co.kr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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