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의사가 고치는 것이 아냐..."우리 몸이 스스로 이겨내는 것"

세계적인 암 권위자인 김의신 MD 앤더슨 종신교수가 6월 12일 오후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학원장 정승필) 대강당에서 환자와 가족들을 대상으로 건강강좌를 열었다. 그는 여기서 암 치료법이나 의학적 지식에만 머물지 않고 삶과 죽음, 건강과 질병, 마음가짐과 인간관계, 식습관과 운동 등 건강한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과정…어떻게 살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김 교수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열었다. "죽음은 특별한 일이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너무 슬퍼하거나 억울해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특히 "40세를 전후해 우리 몸은 새롭게 만들어지는 세포보다 죽어가는 세포가 더 많아지기 시작한다"며 "노화와 만성질환 역시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덧붙였다.
이어 "누구에게나 인생은 짧다"며 "오래 사는 것 자체보다 왜 살아야 하는지, 살아 있는 동안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사상가와 철학자, 음악가 등 정신적 활동이 활발한 사람들이 장수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도 했다.
또 "자신만을 위한 삶보다 타인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고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소개했다. "재산이나 지위가 많을수록 오히려 억울함과 집착이 커져 암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았다"며 "무조건 오래 살기보다 좋은 삶을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몸과 마음은 하나…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삶이 건강을 만든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의 모든 장기(臟器)가 뇌와 연결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정신 건강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생각과 감정, 마음 상태가 신체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며 친구를 만나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은 건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암 환자들에게는 이러한 마음가짐이 치료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미국 환자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상대적으로 걱정과 불안이 적고 치료 스트레스가 낮은 환자들이 항암치료 부작용도 적게 경험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의사는 치료를 돕는 역할을 하지만 실제 회복은 몸이 스스로 해낸다"며 "육체와 영혼이 조화를 이루어야 진정한 건강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인간의 치유 능력은 아직 과학으로 모두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강조했다.
암은 사람마다 다르다…조기 발견과 마음가짐이 중요
암 치료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사람마다 염색체와 유전자 배열이 다르고 암의 성질도 모두 다르다"며 "한 가지 치료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암은 매우 복잡한 질환이며 매일 매일 성질도 변하고 사람마다 반응도 다르다"고도 했다. "초기 암은 대부분 치료 성적이 매우 좋다"며 우리나라 암 생존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는 우수한 의료기술과 함께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암에는 절대적인 완치 개념보다 '관해'의 개념이 중요하다"며 "암세포를 모두 없애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히기보다 남은 삶을 즐겁고 의미 있게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관해(寬解, Remission)는 질병의 증상이나 징후가 줄어들거나 사라져 임상적으로 안정된 상태. 다만 질병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완치(完治, Cure)나 완쾌(完快)와는 다르다. 그는 "한국인은 몸속에 암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나친 불안은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의 비결은 균형…잘 먹고, 잘 자고, 잘 움직이는 것
김 교수는 암을 잘 극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균형 잡힌 삶을 꼽았다. 그는 "몸에 좋은 것도 지나치면 문제가 되고 나쁜 것도 과하면 병이 된다"며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중들 사이에선 암환자가 조심해야 할 생활습관이나 식습관 질문이 쏟아졌는데, 이에 대해서는 "좋은 음식을 적절히 먹고, 충분히 자고, 좋은 생각을 하며 잘 쉬는 것이 최고의 치유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흡연과 음주, 고지방 육류 위주의 식습관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리고기, 두부, 계란과 같은 양질의 단백질을 채소와, 김, 감태 등 해조류와 함께 적절히 섭취하는 식습관을 추천했다. 김 교수는 "특히 담배 속 니코틴은 유전자 변형과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고 경고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걱정을 많이 안고 살아간다고 지적하며 장 건강과 정신 건강의 연관성도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병원균 걱정 등으로 면역력이 약한 암환자들은 특히 퇴원을 서두른다. 병원에 지나치게 오래 머무르기보다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병원 치료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 사람들 태도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마지막으로 운동의 중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체력과 적절한 근력은 암 치료 과정에서 큰 힘이 된다"며 "운동과 육체 활동을 통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적절히 피로하게 만드는 것이 숙면과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강한 삶의 핵심 원칙으로 "적절함과 절제"를 꼽았다.
"암과 싸우기보다 암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라"
강연 말미에 김 교수는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암은 의사 혼자 고치는 병이 아니다"라며 "잘 먹고, 즐겁게 지내고, 마음 편하게 생활하고, 운동하고, 사색하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으며 살아가는 것이 암과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는 원내 환자 뿐만 아니라 평소 김의신 교수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듣던 환자들이 멀리에서 참석하여 200석의 강당을 가득 채웠다. 환자와 가족들은 "최신 의학 지식 뿐만 아니라 질병을 넘어 삶의 의미와 행복, 그리고 건강한 노년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특히 "암에 대한 두려움보다 삶과 암을 대하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된 뜻깊은 강연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윤성철 기자 (syo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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