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노벨상 불모지’ 한국은 정부 탓?…“우리탓이오” 반성한 학자들

최원석 기자(choi.wonseok@mk.co.kr) 2026. 6. 1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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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
과기계 리더들 자성 메시지 내놔
“혁신연구 정부지원 늘어났지만
안일한 연구문화에 20년간 정체”
지난 11일 열린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탁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한국 과학계가 질적으로 정체되어 있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한국과학기술한림원]
한국이 과학 노벨상을 못 받는 건 정부 정책 탓일까, 연구자들 탓일까. 과학기술계 리더들은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안일하고 고착된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반성의 메시지를 내놨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지난 11일 패러다임 전환형 연구 생태계를 모색하기 위한 원탁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염한웅 기초과학연구원(IBS) 연구단장, 김성근 포스텍 총장 등 과학기술계의 리더급 인사들이 참석해 논의를 진행했다.

지금까지 한국의 연구 경쟁력을 성찰할 때 주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과 달리, 이날 토론에서는 연구 문화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정부는 장기‧혁신 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려왔지만 연구자들의 인식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회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6%가 혁신 연구가 부족한 원인으로 “보수적인 연구 문화와 경직된 제도”를 모두 꼽았다.

염한웅 IBS 연구단장은 “한국 과학계가 과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이 없고, 20여년간 한국 과학이 정체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염 단장이 지난 50년간 미국물리학회지에 게재된 한국 논문을 분석한 결과, 1970년대부터 10년간 10배씩 증가하던 한국 논문 수는 2000년대 이후 멈춰있다. 양적 팽창이 멈추고 다음 단계를 고민해야 하지만, 여전히 길을 못 찾고 있는 셈이다.

염 단장은 정체의 이유로 한국 과학계에 합의된 가치관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질적으로 우수하고 수준 높은 연구인지에 대한 가치관이 없다”며 “그 결과 양적 지표에만 의존하고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은 이미 혁신 연구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조종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초연구진흥과장은 “더 이상 정부는 연구의 성공과 실패를 판정하지 않고, 자율성과 연속성을 보장한다”고 했다. 연구 평가 지표에 대해서도 “독창적 접근 방식, 창의적 돌파구 등을 평가 요소에 이미 반영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성근 포스텍 총장은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인정하며 “정책이 바뀌어도 과학계에 남은 문화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국내 연구자들이 ‘새로움’에 대한 기준이 낮고, 정량 지표 같은 포장지에만 관심을 둔다고 비판했다. 이어 “아직 후속 과제를 수주할 때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는데, 연구자 스스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진지하게 연구하는 학자는 없고, 가치가 획일화된 순응주의자만 많다”는 쓴소리도 내놨다.

연구자 문화가 바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성주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육아휴직 제도가 만들어져도 회사에 정착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며 “정책이 바뀌어도 연구자들이 체감하고 스스로 변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어떤 연구 문화를 지향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35세 이전 연구자를 위한 그랜트 신설을 제안했다. 홍 교수는 “노벨상급 연구는 소규모 연구팀에서 주로 나오고, 초기에는 인용수가 폭발적이지 않다”며 “대형 연구 중심의 지원이 아닌 젊은 연구자를 위한 안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김경만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나이와 무관하게 한 분야를 오래 천착한 연구자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역사적으로 혁신 연구는 일상적인 연구 과정에서 변칙을 파고든 사람한테서 나왔다”며 “계속 주제를 옮겨다니는 연구자가 아니라 한 주제를 10년 이상 끈기있게 파고든 사람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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