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참여 ‘미얀마 쿡스토브 탄소배출권’ 군부 탄압 외면한 채 추진”

장수경 기자 2026. 6. 15. 13:5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 보고서
2018년 초 케냐 나이로비에서 열린 케냐 정부와 삼성전자의 지원 협약식에서 케냐 환경부 차관(가운데)이 나무 대신 바이오에탄올을 쓰는 ‘저탄소 친환경’ 조리용 화로를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뉴스룸 갈무리

에스케이(SK)그룹과 한국전력공사 등 국내 기업이 참여한 ‘미얀마 쿡스토브(조리용 화로) 보급 탄소배출권’ 사업이 쿠데타 군부의 인권침해를 외면한 채 추진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왔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가 최근 미얀마정책연구소(MPI), 글로벌산림연합(GFC) 등 국내외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펴낸 보고서 ‘논란에 휩싸인 탄소 크레딧-미얀마, 반인도적 범죄, 그리고 유엔의 높은 무결성 탄소시장이 직면한 신뢰성 위기’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번 보고서는 현재 독일 본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제64차 부속기구(SB64) 회의에서도 공개됐다.

문제가 된 사업은 국내 비정부기구인 기후변화센터가 2021년부터 주도한 것으로, 미얀마 가정에 고효율 쿡스토브를 보급해 장작 사용량을 줄이고 이를 통해 감축된 온실가스를 탄소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식이다.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12곳과 한국전력공사, 한국남동발전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참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쿡스토브는 주로 사가잉, 마그웨이, 만달레이 지역에 보급됐는데, 이 지역은 2021년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 탄압이 집중된 곳이다. 탄소배출권 발급 대상 기간(2021년 1월~2022년 5월)에 이들 지역에는 정치적 분쟁과 물리적 공격이 1153건 발생했고, 이 중 298건은 군부가 민간인을 상대로 저지른 공격이었다. 군부는 사가잉 지역 차웅우 마을의 중학교에 불을 지르는 등 공공시설을 파괴하기도 했다. 군부의 탄압으로 피난을 떠난 사람도 늘었는데, 유엔 자료에 따르면, ‘저항 중심지’인 사가잉 지역에서 발생한 실향민은 미얀마 전체 실향민(400만명)의 35% 수준이었다.

보고서는 또 쿠데타 이후 사가잉과 마그웨이 지역에서 성폭력 등 젠더 폭력이 증가했으며, 사업 역시 여성의 무보수 가사노동에 의존해 배출권 수익을 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쿡스토브를 사용하는 여성이 이 사업의 수혜자라고 홍보됐지만, 실제 이익은 배출권 판매를 통해 사업자와 투자기업에 돌아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인권영향평가는 이뤄지지 않았고, 쿠데타 이후 어떤 조치도 없이 군부의 협조 하에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사업의 현지 협력기관인 건조지녹화국(DZGD)은 군부 통제 아래 있는 천연자원환경보전부(MONREC) 산하기관이었다.

탄소감축 실적을 검증하는 과정의 신뢰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기후변화센터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하기 전 감축량을 검증할 때 안전 문제를 이유로 현장 실사를 하지 않았고, 원격 인터뷰로 사업 성과를 확인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플랜 1.5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관여한 쿡스토브 사업 21개, 310개 프로젝트의 사업 효과는 평균 18.3배 부풀려졌다.

자우 투셍 미얀마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사가잉 지역에서 미얀마 군사 정권이 배출권 발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데이터는 검증이 불가능하며, 허위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중립적이고 분쟁 영향을 고려한 감사를 실시할 수 있을 때까지 배출권 이전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는 “이 사업은 인권, 성평등, 환경적 무결성 등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부적격 사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품질이 낮고 이에스지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배출권이 대기업들의 규제 이행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활용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