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기관삽입 후 식물인간 됐다 사망…병원 5억 배상 뒤집혔다
항소심, ‘의료진에 허용되는 합리적 재량’ 인정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인천원외재판부 민사2부(정윤하 부장판사)는 환자 A씨(사망 당시 40대) 측이 인천 한 대학병원 법인을 상대로 낸 13억4800여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9년 4월28일 오전 10시58분쯤 “내원 1주일 전부터 하루 10차례 넘게 설사를 했고, 이틀 전부터는 호흡 곤란 증상이 있었다”며 해당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는 2013년 폐렴으로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신장 문제로 인해 곧 혈액 투석을 시작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병원 측은 내원 당일 오전 11시20분쯤 A씨 의식이 처지고 ‘빈호흡’이 심해지자 마취유도제 등을 투약하고 오전 11시31분쯤 기관 삽관을 시행했다. 이어 4분 뒤 그의 심전도 리듬 이상을 발견한 응급구조사가 급히 흉부 압박을 했고 의료진이 수액과 약물을 투여했다. 그러나 A씨는 오전 11시41분쯤 자발순환을 회복한 뒤에도 저산소성 뇌손상으로 반혼수에 빠져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이에 A씨 측은 “불필요한 기관 삽관, 약물 과다 투여, 경과 관찰 소홀 등이 뇌손상을 유발했다”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1심 판결 후 2심 재판 과정에서 숨졌다.
1심 재판부는 의료진이 환자의 활력 징후 등을 면밀히 관찰·기록할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병원 측의 경과 관찰 소홀 과실을 일부 인정해 5억7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기관 삽관 시행 전후 21분간 A씨의 활력징후 기록이 없는 사실은 인정했다.
재판부는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진료기록부 작성 자체보다는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신속한 판단과 처치가 요구된다”며 “일부 시간대의 활력징후가 연속적으로 기재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의료인에게 허용되는 합리적 재량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응급 기관 삽관 상황에서 의료진에게 약제의 부작용 발생 기전 등까지 설명할 의무가 있지 않다”며 “설명 의무 범위를 폭넓게 볼 경우 의료진에게 생명 유지에 필요한 처치보다 사전 설명 절차를 우선하도록 강제해 응급 의료의 본질인 신속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기도 확보 조치가 필요했으며 의료진이 기관 삽관 필요성을 설명한 점, A씨에게 발생한 심정지가 예견하기 어려운 위험이었던 점 등도 함께 고려했다”며 “병원 의료진이 진료 계약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A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가 없어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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