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제품 개발에 ‘AI 디지털 트윈’…검증시간 최대 87%↓
TV 낙하시험 15일→2일로…최적 설계안 도출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개발 과정에 '디지털 트윈' 기반 고성능컴퓨팅(HPC) 인프라를 도입하며 인공지능 전환(AX)에 속도를 낸다.
제품 개발 단계의 검증 역량을 AI로 최대한 끌어올려 신제품 출시 주기를 단축하고 품질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생산 현장의 인공지능(AI) 자율공장 구축에 이어 연구개발(R&D) 단계까지 디지털 전환 범위를 확대하는 등 제품 기획부터 설계, 검증, 생산에 이르는 전 주기에서 AX 체계를 구축하는 중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데이터센터에 HPC 서버 517대를 구축하고 사내 개발 인력을 대상으로 디지털 트윈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의 제품과 동일한 가상 모델을 구현한 뒤 다양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성능과 문제점을 사전에 검증하는 기술이다.
이번에 구축한 인프라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기반 서버로 구성됐다. 기존 대비 연산 성능은 약 5.8배 향상됐으며, 가상 검증 수행량은 6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HPC는 대규모 연산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초고성능 컴퓨팅 환경으로 주로 반도체 설계와 자동차 충돌 시험, 항공우주 개발 등에 활용돼 왔다. 최근에는 AI 모델 개발과 디지털 트윈 구현의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이를 활용해 스마트폰 낙하 시험과 TV 발열·낙하 검증, 세탁기 내구성 검증, 로봇청소기 충돌 시험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시제품을 제작한 뒤 실제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시험을 진행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가상 환경에서 수천 가지 조건을 동시에 검증할 수 있게 된다.
검증 기간도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TV 낙하 시험은 기존 15일에서 2일로, 세탁기 낙하 검증은 15일에서 5일 수준으로 단축될 것으로 회사측은 예상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물리적 제약으로 진행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각도의 낙하 시뮬레이션도 가능해진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제품 개발 속도와 품질 신뢰성을 동시에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나 자동차 산업 중심으로 활용되던 HPC를 스마트폰과 TV, 생활가전 등 완제품 개발에 특화해 적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디지털 트윈과 AI의 결합 효과도 기대된다. AI는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 설계안을 도출하고 잠재적인 결함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개발자는 실제 제품 제작 이전에 다양한 설계 변경 효과를 검토하고 최적의 설계를 찾을 수 있다.
글로벌 제조업계에서는 디지털 트윈 도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가상 충돌 시험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있으며, 항공우주 업계 역시 실제 제작 이전에 대부분의 검증 작업을 디지털 환경에서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디지털 트윈 적용 범위를 확대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는 앞서 오는 2030년까지 국내외 생산거점을 AI 자율공장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AI 자율공장이 생산 과정의 디지털 트윈을 담당한다면 이번 HPC 인프라는 개발 단계의 디지털 트윈 역할을 맡게 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제품 개발과 생산뿐 아니라 업무 전반에도 AI 도입을 확대하며 전사적 AX에 속도를 내고 있다. DX부문은 이달부터 임직원을 대상으로 챗GPT,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클로드 등 글로벌 빅테크의 생성형 AI 서비스를 공식 도입했다.
특정 서비스에 한정하지 않고 업무 목적과 특성에 따라 최적의 AI를 선택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HPC 구축 역시 같은 맥락의 AX 전략으로 보고 있다. 생성형 AI가 문서 작성과 데이터 분석, 의사결정 지원 등 사무 업무 혁신을 담당한다면, 디지털 트윈 기반 HPC는 연구개발 단계의 설계·검증 혁신을 담당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은 최근 생성형 AI 도입과 관련해 "외부 생성형 AI 도입은 단순히 업무 도구로서 AI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실행 속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직원 누구나 자신의 업무에 가장 적합한 AI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 개인의 생산성을 넘어 조직 전반의 실행력을 높이고 DX부문의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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