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 직전 녹내장 시신경세포 ‘어린 상태’로 되돌린다…암 막는 안전장치까지
역노화 치료 첫 임상…세포 역분화 유전자 주입

인류의 오랜 꿈인 ‘회춘’을 이용한 기술로 질병을 치료하는 실험이 시작됐다.
세포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이른바 ‘세포 역분화(Cellular Reprogramming)’를 통해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을 치료하는 기술이다. 역노화 치료법을 처음으로 받은 사람은 실명 위기에 처한 녹내장 환자다.
미국 보스턴의 생명공학기업 ‘라이프 바이오사이언스’(Life Biosciences, 약칭 라이프 바이오)는 최근 노화로 인해 손상된 안구 세포를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유전자 치료제의 첫번째 임상시험 환자에게 투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안구의 노화 역전에 성공할 경우 시력 회복은 물론 장기 재생과 수명 연장 연구에도 새로운 기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임상의 핵심은 시신경세포를 손상되기 전의 ‘어린 상태’로 안전하게 되돌리는 것이다. 라이프 바이오는 생체 나이를 거꾸로 돌릴 수 있는 3개의 유전자를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에 실어 환자의 망막 신경절 세포에 주입했다.

세포 완전 초기화 않고 나이만 젊게
앞서 2020년 이 회사 공동창립자이자 하버드대 의대 교수인 데이비드 싱클레어 박사는 시신경이 손상된 늙은 생쥐에게 같은 치료법을 시행한 결과, 시신경이 재생되고 시력이 회복되는 걸 확인했다. 이후 영장류 실험에서도 이 기술의 안전성을 확인한 뒤, 올해 초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이번에 인간을 대상으로 첫 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됐다.
이번 임상시험은 개방각 녹내장(OAG) 12명과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 6명을 포함해 18명의 시신경병증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녹내장은 망막과 뇌를 연결하는 시신경세포가 손상돼 실명에 이르는 질환이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세포는 되살릴 수 없다.
의학계가 특히 이번 임상시험에서 주목하는 것은 독특한 안전장치다. 역분화 유전자가 몸속에서 통제 불능으로 계속 작동할 경우, 세포가 미분화 상태로 과증식해 암을 유발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진은 환자가 독시사이클린(Doxycycline)이라는 항생제를 복용할 때만 역분화 유전자가 켜지도록 설계했다. 약 복용을 중단하면 세포 재생 시계도 즉시 멈춘다. 라이프바이오의 샤론 로젠츠바이크-립슨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이 방법을 통해 세포 재생에 필요한 수준 이상으로 유전자가 발현되지 않도록 제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각한 부작용 가능성…과도한 기대” 우려도
오스트레일리아 의학연구소의 피터 윌리엄스 박사는 “현재 이 기술에 너무 과도한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며 “만에 하나 임상이 실패할 경우, 우리 모두의 미래를 곤경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라이프 바이오의 샤론 로젠츠바이크-립슨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언젠가는 전신 회춘에도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지금은 노화 관련 질환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단계”라며 “안구 질환 외에도 간 질환 등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역분화 효과를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따르면 싱클레어 박사는 이미 전신 회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는 엑스프라이즈재단이 주최하는 총상금 1억100만달러 규모의 ‘헬스스팬’(XPrize Healthspan)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자신의 유전자 재프로그래밍 기술을 적용한 약물을 자원자에게 투여하는 시험을 추진하고 있다. 싱클레어는 “경구용 약물 혼합제를 투여해 인간 회춘 가능성의 증거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65~80살 노인들한테서 나타나는 운동 능력, 인지 능력, 면역력 약화를 막는 방법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이 대회 우승자에겐 최대 8100만달러의 상금이 주어진다. 조건은 치료법이 1년 이내에 상당한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효과 정도에 따라 상금이 달라진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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