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왜 막혔지?” 미국이 막았다…최신AI모델 외국인 사용금지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6. 6. 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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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AI모델 첫 수출통제
상무부, 페이블5·미토스5 대상
“미국내 체류 외국인도 금지”
앤스로픽, 접근 차단했지만
“수억명 사용중…과도한 조치”
中 개방형 AI로 풍선효과 우려
클로드 미토스 [AFP =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업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 사용을 외국인에게 전면 금지했다. 첨단 AI 모델을 사실상 전략물자처럼 취급하며 정부가 민간 AI 기업의 사업을 직접 통제한 첫 사례로, AI 산업이 새로운 규제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하워드 러트닉 장관 명의의 서한을 통해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5’와 ‘미토스5’를 수출통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 밖 고객은 물론 미국 내에 체류하는 외국 국적자도 두 모델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상무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들었다.

문제는 적용 범위다. 해외 고객뿐만 아니라 외국 출신 임직원까지 통제 대상에 포함되면서 앤스로픽은 사실상 선별 차단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국 앤스로픽은 규정 준수를 위해 두 모델의 접근 자체를 중단했다.

이번 조치의 발단은 이른바 ‘탈옥’ 취약점이었다. 페이블5는 사이버 공격이나 악성코드 제작 등 민감한 기능을 차단한 미토스5의 일반 공개용 버전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 연구진이 특정 질문을 반복해 모델에서 보안 취약점 관련 정보를 끌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해당 내용을 백악관 고위 당국자들에게 전달했고 숀 케언크로스 국가사이버국장이 주재한 회의에서 수출통제가 가장 직접적인 대응책으로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클로드 사이트 내 미국 정부가 AI 모델 사용을 금지했다는 공지문. [클로드]
앤스로픽은 “제한적인 탈옥 가능성을 이유로 수억 명이 사용하는 상업용 모델을 회수하라는 것은 과도한 조치”라며 “같은 기준을 업계에 적용하면 모든 첨단 모델 출시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정부가 문제로 삼은 취약점이 단순한 수준이며 다른 AI 모델에서도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데이비드 색스 전 백악관 AI 차르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행정부가 다리오 아모데이 앤스로픽 CEO에게 취약점 수정이나 모델 철회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의 파장은 미국 밖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비미국 개발자와 기업들은 페이블5·미토스5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영국, 캐나다 등도 예외가 아니다. 일각에서 “중국에는 첨단 AI 칩 수출이 허용되는데 영국은 AI 모델도 쓰지 못하게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미토스 프리뷰를 기반으로 주요 기업·기관과 협력해온 글로벌 사이버보안 프로그램 ‘프로젝트 글라스윙’ 역시 이번 조치의 영향권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글라스윙은 앤스로픽이 지난 4월 미토스 프리뷰 공개와 함께 출범시킨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주요 인프라스트럭처 운영 기관과 보안 기업에 미토스를 제공해 취약점을 찾도록 하는 사업이다.

프로젝트 글라스윙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SK텔레콤을 비롯해 한국인터넷진흥원도 참여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가 민간 기업의 모델 통제에 나서면서 이번 조치가 미국 AI 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특히 비미국 시장이 중국의 개방형 AI 모델로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꼽힌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스타트업의 약 80%가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AI 모델 공유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 중국 연구기관 모델이 차지하는 다운로드 비중도 2024년 말 약 1.2%에서 1년 만에 30% 수준으로 급증했다.

미국이 최상위 폐쇄형 AI 모델을 자국민에게만 허용하는 사이 해외 개발자와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중국의 개방형 모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AI 기업들이 받을 충격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직접적인 문제는 인재다. 프런티어 AI 기업의 핵심 연구진 상당수가 외국 국적자인 만큼 회사 직원조차 최신 모델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 채용 경쟁력과 연구 속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게리 마커스 뉴욕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행정부 AI 정책의 변덕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 AI 기업을 안전한 출자처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연내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앤스로픽에도 이번 사태는 악재다. 서비스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사용자가 경쟁 플랫폼으로 이동해 오픈AI와 구글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앤스로픽은 “이번 결정은 오해에 기반한 조치”라며 “정부와 협의해 최대한 빨리 서비스를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앤스로픽과 미국 정부 간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전쟁부(옛 국방부)는 지난 3월 군사·감시 분야 활용 문제를 둘러싼 이견 끝에 앤스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했고 회사는 이에 맞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실리콘밸리 = 원호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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