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주·엄상백은 마음 아팠고 황준서·정우주는 마음대로 안 풀렸다…한화 5선발 육성선수 드라마, 160km 아닌 139km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60km 아닌 139km.
한화 이글스의 5선발이 돌고 돌아 우완 박준영(24)이 차지하는 분위기다. 박준영은 지난 13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6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7탈삼진 2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패전을 안았지만, 김경문 감독은 14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대단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박준영은 5월10일 대전 LG 트윈스전서 사상 최초 육성선수 출신 데뷔전 선발승이란 타이틀을 획득한 선수였다. 그날 이후 약간의 기복이 있긴 했다. 그러나 5월27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서도 5⅔이닝 3실점으로 잘 던졌고,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도 3이닝 3실점하고 물러났지만 크게 무너졌던 건 아니다.
김경문 감독은 애당초 박준영을 선발투수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시즌 초반 마운드가 선발과 불펜 모두 무너졌을 때도 선발 기용은 임시였고, 불펜에 좀 더 마음을 두고 있었다. 그 사이 정우주와 황준서가 5선발로 기회를 받았다. 그러나 정우주와 황준서는 박준영만큼 안정감이 있지 않았다. 결국 김경문 감독은 박준영을 택했다.
김경문 감독은 박준영이 이번주에도 선발로 나간다고 예고했다. 19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으로 예상된다. 이 경기마저 잘 던지면 5선발로 정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가장 유리한 위치를 점한 건 사실이다.
박준영은 소위 말하는 볼질을 많이 하지 않는다.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 흥미로운 건 우완인데 포심 스피드가 140km대 초반이라는 점이다. 야구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시즌 평균 139.4km다. 그리고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를 구사한다. 네 가지 구종 전부 준수한 피안타율이다. 커브는 0.111밖에 안 된다.
좀 더 표본이 쌓여야 박준영의 선발투수로서의 경쟁력이 드러날 전망이다. 단, 구위형 유망주가 넘쳐나는 팀에 피네스피처가 5선발로 자리잡은 것 자체가 흥미롭다. 시즌 개막하기 전만 해도 이런 투수가 있는지도 모르는 팬이 많았다. 지금도 2003년생 박준영과 헷갈려 하는 사람들도 있다.
따지고 보면 시즌 개막 전 한화의 5선발은 아시아쿼터 왕옌청으로 예상됐다. 윌켈 에르난데스와 오웬 화이트, 류현진과 문동주가 1~4선발을 맡고, 왕옌청이 뒤를 잇는 그림이었다. 그러나 화이트가 시즌 첫 등판서 햄스트링을 다쳤고, 에르난데스가 지지부진했다. 결정적으로 엄상백이 토미 존 수술, 문동주가 어깨관절와순 수술로 시즌을 접었다.
그 와중에도 버틸 수 있었던 건 류현진과 왕옌청이 실질적 원투펀치 노릇을 했기 때문이다. 에르난데스는 금방 돌아왔지만, 화이트와 문동주 자리는 오랫동안 불안정했다. 부상대체 외국인투수 잭 쿠싱은 화이트가 아닌 부진 끝에 2군에 내려간 마무리 김서현을 대신했기 때문. 결국 쿠싱이 떠나고 화이트가 돌아오면서, 한화 선발진은 5선발 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그렇게 박준영이 거의 시즌 중반에 선발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기 일보 직전이다. 본인도 본인이 이렇게 될 줄 몰랐을 것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가장 준비된 투수가 박준영이다. 박준영이 혹시 선발로 시즌을 완주한다면, 한화 마운드에 또 하나의 스토리가 완성될 전망이다.

분명히 박준영에게도 고비는 찾아올 것이다. 그때 또 정우주나 황준서 등이 대체할 기회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주도권은 박준영에게 있다. 이래서 야구가 인생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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