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잘 자려고 마그네슘 샀는데…식약처 인정 문구는 달랐다

잠을 잘 자려고 약국에서 마그네슘이나 테아닌 한 통을 집어 들었다면 계산대에 올리기 전 포장 뒷면에 인쇄된 기능성 문구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잠을 설치는 사람은 드물지 않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조용원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20~69세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수면조사 결과를 2023년 국제학술지 《Sleep and Biological Rhythms》에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32.9%가 불면 증상을 호소했다. 성인 3명 중 1명꼴이다.
며칠째 잠을 못 이룰 정도가 아니라면, 병원을 찾기보다는 영양제로 먼저 해결해보려는 마음이 들기 쉽다.
'수면 영양제'를 검색하면 마그네슘과 테아닌이 자주 보인다. 실제로 두 성분을 먹고 잠드는 과정이나 수면의 질이 나아졌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마그네슘은 에너지 대사와 신경·근육 기능에 필요한 무기질이다. 테아닌은 녹차의 원료인 차나무에 많이 들어 있는 아미노산 계열 성분이다.
다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수면의 질 개선' 기능성을 인정한 원료 목록에는 이 두 성분이 없다.
'수면의 질 개선' 기능성은 별도 심사를 거쳐 인정받은 원료에만 붙는다. 식품안전나라 수면건강 페이지에 올라온 원료는 L-글루탐산발효 가바분말, 감태추출물, 라임과피추출물, 미강주정추출물, 아쉬아간다 추출물(Shoden®), 유단백가수분해물(락티움) 등 6종이다.
이에 비해 마그네슘은 '에너지 이용'과 '신경·근육 기능 유지', 테아닌은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 완화'를 인정받았다.
건강기능식품에 적을 수 있는 문구는 원료별로 정해져 있다. 소비자가 유념할 대목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렇다고 마그네슘·테아닌을 수면과 무관한 성분으로 볼 필요는 없다. 수면 영양제를 고를 때 성분 이름보다는 내 잠이 어디에서 흔들리는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마그네슘과 테아닌 연구가 보여주는 지점도 서로 다르다.
마그네슘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이유가 있었다
독일 라이프니츠 하노버대와 호주 머독대 공동 연구팀은 수면 문제를 호소한 성인 155명에게 마그네슘 비스글리시네이트를 4주간 복용시킨 결과를 국제학술지《Nature and Science of Sleep)》에 지난해 8월 발표했다.
불면 증상 점수(ISI, 0~28점)는 4주 뒤 마그네슘 그룹에서 3.9점, 위약 그룹에서 2.3점 줄었다. 두 그룹의 차이는 1.6점으로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다만 효과 크기(Cohen's d)는 0.2로 작은 편이었다. 누구에게나 강하게 듣는 성분이라기보다, 평소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한 사람에게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평소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했던 참가자에서 변화가 더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한국인의 식생활과도 맞닿아 있다.
질병관리청 건강영양조사분석과 연구팀이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식품섭취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국인의 45%가 마그네슘을 평균필요량에 못 미치게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네슘은 많이 먹는다고 수면의 질이 더 좋아지는 성분은 아니다. 평소 섭취가 부족한 사람에게서 보충 효과가 더 나타날 수 있다.
시중 제품에는 산화마그네슘·시트레이트·비스글리시네이트 등 화합물 형태가 다른 마그네슘 원료가 쓰인다. 라이프니츠 하노버대·머독대 공동 연구팀의 155명 임상시험에서 쓰인 것은 비스글리시네이트였다.
"푹 잤다"는 느낌, 검사 장비도 확인했을까
호주 캔버라대 연구팀은 테아닌 임상시험 19편, 897명을 종합 분석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6월 국제학술지 《Sleep Medicine Reviews》에 발표했다.
테아닌은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낮 동안의 피로감을 위약군보다 개선했다. 개선 정도는 크지 않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푹 잤다"는 주관적 수면 질도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수면다원검사처럼 장비로 확인한 객관적 수면 지표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사람이 느끼는 잠의 질과 검사 장비가 측정한 수면 구조는 다를 수 있다는 뜻이다.
분석에 포함된 연구 중에는 복합 성분 제품을 쓴 연구도 있었다. 연구팀은 테아닌 단일 성분 연구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한계로 짚었다.
내 경우엔 뭐가 맞을까
침대에 누운 뒤 잠들기까지 시간이 유난히 오래 걸린다면 테아닌을 먼저 확인해볼 수 있다.
채소·잡곡·견과류를 잘 먹지 않아 평소 마그네슘 섭취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면 마그네슘 보충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체감 효과보다 식약처의 '수면의 질 개선' 기능성 인정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앞서 제시한 6종이 우선 후보가 된다.
다만 잠 문제가 몇 주 이상 이어지고 낮 생활까지 흔들릴 정도라면 영양제에 기대기보다 전문 진료가 먼저다.
아직 일상에 큰 지장을 주는 단계가 아니라면 내 잠이 어느 지점에서 어긋나는지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6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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