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시국선언

김재근 선임기자 2026. 6. 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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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선임기자

시국선언의 역사는 꽤 길다. 역사적으로 백성과 지식인, 관료, 선비 등이 뜻을 모아 함께 목소리를 낸 기록이 많다. 나라의 부당한 처사나 정책, 국가적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시한 것이다.

조선조 때 국립대학교인 성균관의 유생들이 때때로 권당(捲堂), 공관(空館), 공재(空齋)를 행했다. "집을 비운다"는 뜻인데 나라의 실정이 드러났을 때 유생들이 기숙사나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집단적으로 의사를 표현했다. 1855년 억울하게 죽은 사도세자를 왕으로 추존해달라며 올린 만인소와 1881인 고종의 외세 의존적인 외교정책에 반대하여 올린 만인소, 1884년 개화파 정부의 의복제도 개혁에 반대하여 올린 만인소도 시국선언의 하나이다.

해방 이후에도 여러 차례 시국선언이 역사의 흐름을 바꿨다. 1960년 3.15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4.19 시위와 전국 대학교수단의 시국선언이 이승만 퇴진을 이끌어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이후 종교계와 대학생, 대학교수, 문화예술인 등의 잇단 시국선언이 군부독재를 종식시키는 6.29선언을 만들어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때도 전국에서 시국선언이 쏟아져나왔다.

전국의 여려 대학교 총학생회가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6.3지방선거 관련 대학가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선거관리위원회 개혁, 재발 방지대책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투표용지가 부족하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참정권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자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200여 개 대학이 시국선언을 내놓았고, 갈수록 확산하는 분위기이다. 서울 올림픽공원과 경기도 과천의 중앙선관위 앞을 비롯 일부 지방에서도 규탄집회가 벌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대학생들의 발언에 공감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명·공정·투명한 선거로 민주체제를 지켜야 할 선관위가 되려 참정권을 훼손하여 민주주의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으니 기가 찬다. 선관위가 사과하고 자체적으로 어떤 대안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다.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한 철저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이 불가피하다. 해체 수준의 고강도 선관위 개혁방안 마련도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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