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곧 ‘밥’…숲이 생기자 새 삶이 열렸다[기후변화 최전선 몽골②]

“이렇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배운 대로 키우고 있어요”
지난달 27일 몽골 투브아이막(도) 아르갈란트솜(군)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어텅바트(50)는 흔쾌히 토마토밭을 소개했다. 유목민이었던 그는 조드(Dzud·재해)로 가축을 잃고 생계를 위해 고향을 등졌던 ‘기후 난민’이다. 울란바타르 빈민촌인 게르촌에서 일용직을 전전하다 지금은 아르갈란트 솜에서 농사를 짓고 나무를 돌보며 산다.
‘숲’ 들어서면 농지 생긴다
과거 밀 농사가 성행했던 아르갈란트는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토양이 메말라갔다. 농사도 가축도 키우기 어렵게 되자 주민들은 일자리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1990년대 2600명을 웃돌던 아르갈란트의 인구는 지속적인 유출로 현재 1700명 안팎까지 줄었다. 이렇게 고향을 떠난 주민 상당수는 울란바타르 게르촌에 정착해 도시 빈민으로 살아간다.
한국의 비정부기구(NGO) 푸른아시아는 2016년 아르갈란트에서 방풍림 2만160그루를 20㏊에 심은 것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100㏊ 규모의 숲을 조성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 기업의 지원을 받아 숲 면적을 더 늘려나가고 있다.
조림 과정에서 지하수 관정이 뚫렸고 관수시설이 설치됐다.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변압기와 전신주 등 전기 시설도 들어섰다. 한승재 푸른아시아 국제사업실장은 “개인이나 지방자치단체가 하기 어려운 규모의 사업”이라며 “단순히 나무만 심는 게 아니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민 협동조합이 숲 사업장 운영…자립형 모델 확산
숲이 들어서면서 마을 주민들은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조림지 인근 비닐하우스 여섯 동에서는 오이와 토마토, 수박 등을 재배한다. 특히 한 통에 4만투그릭(약 1만7000원)에 팔리는 수박은 농가의 주요 소득원이다. 노지에서는 감자와 양배추, 당근을 재배한다. 비타민 나무 열매는 가공품 원료로 판매하고, 양묘장에서 키운 묘목은 다시 조림 사업에 활용한다.
어텅바트는 조드로 인해 “가축을 잃고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다”며 “이곳에 정착해 일하면서 삶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푸른아시아는 주민 협동조합이 사업장을 직접 운영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민 스스로 숲을 관리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어 조림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조합은 시기에 따라 10~30명의 주민을 채용해 나무를 가꾸고 농장을 운영한다.
한 실장은 “나무를 심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숲을 기반으로 먹고살 수 있어야 사업도 지속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주민들이 조림지를 독자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르갈란트 |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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