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현대차그룹 제네시스, 유럽 모터스포츠 심장에 태극기를 꽂다
제네시스 첫 출전에도 대형 건물 조성
“한국 홍보대사 역할” 프랑스 업계도 주목
“포르쉐처럼 줄 설 줄 몰랐다” 현지 관심 체감
![12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에서 열린 드라이버 퍼레이드에서 제네시스 X 그란 컨버터블을 운전하는 제네시스 브랜드 파트너 겸 마그마 레이싱 어드바이저 재키 익스(운전석)와 (뒷자리 왼쪽부터) GMR 드라이버 마티스 자비에, 루이스 펠리페 데라니, 안드레 로테러가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모습. [제네시스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5/ned/20260615060235484gyzr.jpg)
[헤럴드경제(르망)=정경수 기자] 세계 최고 권위의 내구 레이스가 열리는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 가장 높은 곳에 참가 제조사 국가를 상징하는 22개국 국기가 나란히 걸렸다. 그 사이 태극기도 처음으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의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가 한국 제조사 최초로 르망 24시간 하이퍼카 클래스에 도전하면서, 유럽 모터스포츠의 심장부에 한국 브랜드의 존재감을 새긴 장면이다.

이날 오후 4시 출발 직전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달았다. 군악대의 연주로 프랑스 국가 ‘라 마르세예즈’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출전국 국기를 든 기수들이 경주차 앞에 차례로 섰다. 완성차 브랜드의 자존심 대결이자 국가별 기술 경쟁의 장인 르망 24시간의 상징적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각 참가 브랜드 드라이버들이 그리드에 늘어서자, 그 옆으로 각국의 국기가 펼쳐졌다. 대열의 한 자리를 태극기가 채우자, 관중석 곳곳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제네시스의 첫 출전은 단순한 신생팀의 참가를 넘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어떤 브랜드로 비칠지를 시험하는 상징적 무대가 됐다.
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을 향한 관심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체감됐다. 라 사르트 서킷 안에 마련된 ‘제네시스 호스피탈리티’는 맥라렌, 애스턴마틴 건물과 나란히 자리했다. 첫 출전 브랜드임에도 3층 규모로 조성돼 주변 브랜드와 비교해도 눈에 띄는 크기다. 제네시스가 이번 르망을 단순한 레이스 참가가 아니라 브랜드를 알리는 전략적 무대로 삼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제네시스는 축제 현장에서 K-문화 전도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호스피탈리티 공간에는 비빔밥, 김밥, 김치전, 육개장 등 한식 메뉴가 차려져 외국인 관람객과 관계자들의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았다. 이를 위해 한식 셰프를 현장에 배치해 직접 시식을 권하고, 메뉴 설명도 도왔다. 한 관람객은 김밥을 가리키며 어떤 음식인지 물은 뒤, ‘김밥’이라는 발음을 여러 차례 따라 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단순히 차량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식 환대 문화를 브랜드 경험으로 확장했다.
제네시스는 한국에서 손님을 정성껏 맞이하는 문화를 ‘SON-NIM’이라는 이름으로 풀어내 고객 응대에 반영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도 “고객들이 제네시스를 접할 때 ‘정말 중요한 손님’이란 느낌을 받도록 극진히 대접한다”며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데, 유럽 등 다른 국가에도 확대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킷 안팎은 이미 글로벌 최대 모터스포츠 축제 열기로 곳곳이 뜨거웠다. 올해 르망 24시간에는 약 30만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관람객들은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이동했고, 일부는 러닝을 하듯 서킷 주변을 돌며 코스를 눈에 익혔다.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는 팬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경기장 주변 도로는 차량으로 가득 찼고,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르망 24시간이 단순한 자동차 경주가 아니라 유럽 자동차 문화의 축제다.

제네시스 빌리지에도 관람객들이 몰렸다. 이곳에는 G80 전동화 모델, GV70 전동화 모델을 비롯해 레이싱카, 마그마 GT3 콘셉트, GV60 마그마 등 총 5대가 전시됐다.
브랜드 기념품을 판매하는 공간에는 셔츠, 모자, 가방 등이 놓였고, 현장에서 엽서를 보내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레이스카와 콘셉트카를 가까이에서 보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며 첫 출전 브랜드답지 않은 관심을 보였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19번 GMR-001 하이퍼카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결선에서 주행하고 있다. [로이터]](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5/ned/20260615060237134wjpq.jpg)
현장에서 만난 프랑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에는 분명한 스타일이 있다”며 “자동차 그 자체를 넘어 한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만큼 결과에 대한 부담도 있겠지만, 정말 모든 것을 잘해내려는 인상이 강하다. 포르쉐 전시장에 줄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제네시스에 들어가려고 이렇게 줄을 설 줄은 몰랐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 당일 트랙 위에서 경주차를 가까이 볼 수 있는 ‘그리드 워크’에서도 제네시스는 시선을 끌었다. 페라리, 포르쉐, 토요타 등 전통 강호들의 차량이 줄지어 선 가운데 선명한 마그마 오렌지 색상의 GMR-001 앞에도 관람객들이 몰렸다. 익숙한 유럽·일본 브랜드 사이에서 처음 등장한 한국 하이퍼카를 향한 호기심이 현장에서 그대로 느껴졌다.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르망 라 사르트 서킷에서 열린 르망 24시간 출발 전 그리드 워크에서 관람객들이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의 GMR-001 하이퍼카를 둘러보고 있다. [EPA]](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5/ned/20260615060237840hgvf.jpg)
현장 중계에서도 제네시스를 향한 관심은 이어졌다. 경기 중계진은 제네시스를 “10년이 채 안 된 한국 브랜드”라고 소개하면서도 “백지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이라는 제조 기반과 기술 역량이 있었기에 단기간에 하이퍼카 무대까지 진입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어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비사, 엔지니어, 드라이버, 그리고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하다”며 “예선에서 존재감을 보여줬지만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결국 성공 열쇠는 그룹의 결속과 사람에 있다”고 덧붙였다.

제네시스의 르망 도전은 결국 현대차그룹 전체의 축적된 역량 위에서 가능했다.
완성차 개발, 고성능 기술, 전동화 전략, 모터스포츠 운영 경험이 맞물리며 2015년 출범한 제네시스는 11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세계 최고 내구 레이스 무대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출전이 제네시스만의 성과가 아니라 현대차그룹이 쌓아온 기술적·조직적 기반의 결과로 읽히는 이유다.

이시혁 제네시스사업본부장 전무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무대 중 하나인 르망에서 대한민국 최초의 제조사로 경쟁한다는 것은 제네시스에게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라며 “이는 제네시스만의 성과가 아니라, 글로벌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혁신, 퍼포먼스, 문화적 정체성이 하나로 모여 의미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이 자리에서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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