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다중이용건물 비상구 적치 여전… 불나면 앞이 ‘캄캄’ [현장, 그곳&]
솜방망이 과태료, ‘불법’ 부채질 지적
소방 “인력 부족, 상시점검 어려움...민원·신고 접수땐 현장 계도 조치”

14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대형 아울렛. 이 건물 비상구로 향하는 방화문에는 ‘어떠한 물건도 적재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붙여져 있었다. 그러나 5층과 6층 비상구로 이어진 복도에는 입점 업체가 내놓은 물건들이 길을 막고 있는 상황이었다.
같은 날 오전 11시께 연수구 송도동 한 상가 건물도 상황은 비슷했다. 엘리베이터 앞과 복도에는 입점 업체들이 내놓은 대형 냉장고와 가구, 식자재 등이 방치돼 있었다.
적치물 방치를 금지한다는 안내문이 무색하게 오랫동안 쌓아 놓은 듯 물건들 위로는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 역시 잡다한 가구와 물건들로 막혀 통행은 물론, 긴급 상황 시 대피마저 쉽지 않은 상태였다.
인근 상인 A씨는 “복도에 물건을 쌓아두는 업체가 꽤 있지만, 딱히 단속도 없어 신경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일부 상가 건물에서 복도나 계단, 출입구에 물건을 쌓거나 비상문을 폐쇄하는 불법 행위가 반복되면서, 화재 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이날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적발된 비상구 적치물 등 소방시설법 위반은 1천606건에 이른다. 이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10억여원이다.
현행 소방시설법 제16조(피난시설, 방화구획 및 방화시설의 관리)는 피난시설 주위에 물건을 쌓아두거나 장애물을 설치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최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 비상 상황에서 대피 동선이 막히면 사고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법 적치 관행은 여전하다. 단속 인력이 부족한 데다, 적발되더라도 솜방망이 과태료 처분에 그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행정 당국의 주기적인 단속과 함께 제도적 실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식 우석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비상구 주변 적치물은 화재 시 대피 인원의 이동을 막고 소방대원의 진입을 지연시키는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안내문을 부착해도 개선되지 않는 것은 건물 관계자들의 안전 의식이 현저히 낮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단속이 뜸하고 과태료도 적다 보니 적발 이후에도 다시 길을 막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며 “건물주와 관리 주체, 입점 업체의 공동 책임을 강화하고 소방 당국의 상시적인 단속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인천소방본부 관계자는 “현실적인 인력 문제로 인해 상가 내 적치물을 상시 점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민원이나 신고가 접수되면 즉시 현장에 나가 단속과 계도 조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정성식 기자 js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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