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도 ‘교차보전’ 위태]④‘직접 시행’ 규제, LH 재무위기 부메랑 되나… “손실보전은 결국 국민 혈세”

임성엽 2026. 6. 15. 05:2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LH가 직접시행에 나선 왕숙신도시 전경. 대한경제DB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의 용산국제업무지구 표류에 따른 적자 위기는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요구하는 ‘토지 매각 자제 및 직접 시행’ 기조의 재무적 위험성을 드러내는 선행 지표로 읽힌다. 명분을 앞세운 공공 위주의 정책이 공기업 재무 구조를 악화시켜 주거복지정책 전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국가공기업인 LH는 직접 시행에 따른 재무적 타격이 지자체 산하 공기업인 SH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심각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H는 자산 240조원 규모로 SH보다 체급이 8배 이상 큰 데다, 전국 단위 신도시 조성과 국책 사업을 도맡고 있어 적자의 절대적 규모(170조) 자체가 천문학적이다.

더 큰 문제는 LH 재무 부실은 고스란히 국가 재정 부담으로 전가된다는 점이다. 공사법 제11조(이익금 등의 처리)에 따르면, LH의 공공주택사업 등 공익사업에서 발생한 결산 손실은 정부가 예산으로 보전하도록 의무화 돼 있다. 대안 없는 택지 매각 차단과 직접 시행 강행으로 발생하는 LH의 막대한 손실은 결국 순수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하는 구조다.

기존의 공공주택 공급은 수용된 토지를 민간에 매각해 확보한 현금으로 임대사업의 적자를 보전하는 ‘교차보전’ 방식으로 유지해 왔다. 토지 매각을 통한 조기 수익 창출원이 차단될 경우, 공기업은 수조 원에 달하는 초기 건축비를 고스란히 공사채 발행 등 부채로 조달해야 한다. 수입은 끊긴 상태에서 장기 동결된 임대료와 매년 쌓이는 감가상각비, 노후 건물의 수선유지비만 영구적으로 늘어나 재무적 영속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은 “공공이 절대 선이란 이분법 적 프레임은 결국 주택공기업의 자금 부담을 심화시켜 국가 재정과 민생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지원 없이 공기업에 공익적 명분만 요구하는 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이와 관련해 시세대로 임대료를 수취하면서도 사례금ㆍ갱신료 면제 등으로 실질적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재원을 노후 단지 재개발과 사회간접자본(SOC)에 재투자하는 일본 JKK도쿄의 자립형 경영 모델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LH가 자체 재원만으로 버틸 수는 없다”며 “임대아파트는 건립하는 순간 가구당 최소 1억에서 2억 원의 손실이 당연히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정부가 재원 대책 없이 100% 임대주택만 직접 시행하도록 모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자금 확보를 위한 분양 사업이나 민간 참여 사업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며 “LH와 SH 모두 주거복지 사업이 최우선 과제인 만큼, 이를 정상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돕는 정부 차원의 재무적 지원이 당연히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