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몰아자기로 버텼는데”…하루 8시간 넘게 자면 더 빨리 늙는다?
6시간 미만·8시간 초과 모두 위험…심혈관·뇌 건강과 연관
오래 자도 피곤하다면 이상 신호…수면무호흡·우울증 가능성
“주말마다 10시간씩 몰아 잤는데….”
평일 내내 부족했던 잠을 주말에 몰아서 자는 사람이 적지 않다. 늦잠을 실컷 잤는데도 몸이 개운하지 않거나, 오히려 더 피곤하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6시간 이하·8시간 이상 수면, 노화 지표 더 높아
미국 컬럼비아대 어빙 메디컬센터 연구진은 영국 바이오뱅크 참가자 약 50만명, 37~84세의 건강 데이터를 토대로 수면 시간과 생물학적 노화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연구진은 하루 6.4~7.8시간 수면을 유지한 집단에서 생물학적 노화 지표가 가장 낮았다고 밝혔다. 반대로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거나 8시간을 넘으면 노화 지표가 다시 높아졌다. 이른바 ‘U자형’ 흐름이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몇 시간을 잤느냐”를 묻는 조사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뇌, 심장, 폐, 간, 면역계 등 17개 장기 계통을 살피고, 23개의 생물학적 노화 시계를 만들어 수면 시간과 비교했다. 의료영상, 혈액 단백질, 대사물질 자료가 분석에 쓰였다.
많이 잔다고 해서 몸이 더 잘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다. 적정 범위를 벗어날수록 노화 지표가 다시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잠 부족하면 ‘심혈관’, 너무 오래 자면 ‘뇌 건강’ 주의
수면 부족과 과잉 수면은 몸에 작용하는 방식도 달랐다. 6시간 미만의 짧은 수면은 비만, 제2형 당뇨병,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부정맥 등과 연관됐다.
수면 시간이 짧으면 몸의 회복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심혈관 건강과 대사 기능에 부담을 줄 수 있다.
8시간을 넘는 긴 수면은 우울 증상 등 뇌 건강 문제와 더 가까웠다. 짧은 수면과 긴 수면 모두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위염, 역류성 식도질환 같은 질환과도 관련이 나타났다.
물론 긴 수면이 곧바로 노화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자가보고 수면 시간을 바탕으로 한 만큼, 기존 질환이나 건강 문제 때문에 수면 시간이 길어졌을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소보다 잠이 많아졌다면 몸 상태 점검해야
평소 6~7시간 정도 자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9시간 넘게 자는데도 피곤하다면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개운하지 않고 낮에 졸음이 계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수면 부족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밤새 자도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낮에 계속 졸릴 수 있다. 우울증이나 만성질환, 대사질환이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경우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변화는 더 쉽게 나타난다.
주말에 몰아서 자는 습관도 주의가 필요하다. 주중에는 5~6시간만 자고 주말마다 10시간 가까이 자는 생활은 몸의 수면 리듬을 흔들 수 있다. 부족한 잠을 일부 보충할 수는 있지만, 매주 반복되면 평일 밤에 다시 잠들기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수면 시간을 무작정 늘리기보다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평일과 주말의 기상 시간을 크게 바꾸지 않고, 매일 비슷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습관이 도움이 된다.
잠을 못 자는 것도 문제지만, 잠이 갑자기 늘어나는 변화 역시 그냥 넘길 일은 아니다. 오래 자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면 몸 상태를 한 번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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