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가 '방탈출'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에르메스의 제품을 접하며 '말'을 찾는 추리극 전시
"브랜드와 더욱 가까워져"…"매장 가보겠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시관이 거대한 마부의 저택으로 바뀌었다.
바닥의 말발굽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마부 두 명이 나와 오늘의 미션을 설명해 준다.
에르메스 탐정이 되어 6개의 방을 다니며 잃어버린 말들을 찾아 큐알 코드에 입력하는 것이 오늘의 미션.
미리 예약한 관람객 수십 명은 한 시간 동안 함께 이동하며 말을 찾는다.
방 하나당 10분이 지나면 다른 방으로 바로 이동해야 하는 '방탈출' 게임이다.

첫 번째 다이닝룸에는 에르메스의 식기가 식탁에 가득 차려져 있다.
각종 접시와 유리컵, 포크와 스푼에 이르기까지 매장에서 보기 힘든 여러 종류의 식기들이 전시돼 있다.
관람객들은 눈으로 살피며 열심히 말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벽에는 에르메스의 화려한 스카프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두 번째는 물품 보관실, 대형크기의 가방에서부터 에르메스의 시계, 에르메스 안장이 올려져 있는 마부의 자전거 등이 전시됐다.
주황색 에르메스 상자가 수북이 쌓여있는 나무 상자도 눈길을 끈다.

방마다 소개하는 마부들의 특색있는 연기도 볼만하다. 말들을 찾는 힌트를 재치 있게 전달해 준다.
세 번째 방은 수석마부의 집무실.

소파에는 에르메스 가방과 장갑, 그 옆에는 브라운색의 펀칭 카프스킨 소재의 점핑부츠가 놓여 있다.
승마를 상징하는, 에르메스의 고급 가죽으로 만들어진 여러 종류의 말 안장은 보기만 해도 말을 타고 싶어진다.

네 번째 방은 팬트리.

건초 더미가 가득한 방 안에는 말의 먹이인 사과와 당근 등이 놓여 있고, 곳곳에 에르메스 스카프를 묶은 가방과 장갑이 전시돼 있다.

"아, 찾았다!"
단서를 찾은 관람객은 기뻐하며 자신의 핸드폰에 말을 표시한다.
정해진 시간에 말 다섯 마리를 찾아야 미션이 완료된다.
다섯 번째 방은 런드리룸.

천장에는 에르메스의 흰 셔츠가 가지런히 매달려 이동하고 있고, 세탁기 안에는 말굽 등이 가득하다.
바닥에는 수십 개의 에르메스 실크 넥타이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마지막 방은 기숙사.
마부들 각자의 말 안장과 모자, 부츠, 슬리퍼 등이 전시돼 있고 에르메스 침구가 깔려 있는 침대 곁에는 스카프가 가지런히 포개어져 있다.

중간중간 승마 탐정 오노레(Mr. Honoré)의 메시지가 전달돼 추리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 준다.
전시에는 가죽, 실크, 슈즈, 홈 컬렉션 등 에르메스의 16개 제품군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말굽에서 영감을 받은 사보 피크닉(Sabot Picnic) 백, 말의 생동감을 담은 로카바 드 리르 스카프(Rocabar de rire), 말굽 모양의 흔적을 남기는 슈즈, 켈리 흔들목마와 같은 에르메스의 상징적인 아카이브 오브제는 각각의 방 안에서 말을 찾는 단서가 된다.

에르메스는 장인 정신과 창조성, 노하우를 관람객이 직접 체험하며 기억하게 한다.
모험을 다 마치고 나면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도록 에르메스의 제품들이 색색의 일러스트로 소개되어 있는 책자를 선물해 준다.

에르메스의 체험형 무료 전시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가 16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10세 이상의 어린 탐정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저녁 6시까지 하루 14차례 열리는 이번 전시는 수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매진 행렬을 이루고 있다.

관람객들은 에르메스를 접해 볼 수 있는 체험형 전시가 참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금천구에 사는 윤소정(33)씨는 "평소 명품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었는데 에르메스가 친근해졌다"며 "에르메스 제품들이나 오브제를 접하는 것이 새로웠고 방탈출 콘셉트로 꾸며놓은 것도 예쁘고 깔끔하고 진행도 자연스러웠다"면서 "준비성도 좋고 배려받는 느낌이 들어서 아 이게 이 브랜드의 성격인가 이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이수진(27)씨는 "에르메스가 사실 좀 다가가기 어려운 브랜드였는데 또 이렇게 MZ세대한테 잘 맞춰서 해 주셔서 재밌는 곳이구나 느껴져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다홍(40)씨는 "다른 브랜드보다 에르메스가 훨씬 더 하이엔드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차원이 다르구나, 수준이 남다른 것 같다"며 "상품 판매가 아니라 고객의 경험을 위주로 하는 거라 자연스럽게 상품을 찾게 하면서 관심이 가게끔 해서 매장도 가서 한번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임채민(40)씨도 "안에서 하시는 그런 분들이 되게 재미있게 해 주시고 아기자기하게 많이 해 놔 가지고 그런 것들이 이제 제가 자주 방문해도 될 정도로 친근감이 생겼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미션을 수행하느라 정작 제품을 볼 시간을 놓쳤다는 아쉬움도 적지 않다.
장년층 관람객들은 "젊은 애들은 잘하는데 우리는 시간이 모자라 제품을 볼 시간이 없었다"며 "정식 플레이트 다이닝 테이블이 제일 좋았는데 말 찾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하이엔드 브랜드 에르메스가 이렇게 막대한 자금을 들여 무료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전시의 중심에는 에르메스가 오랫동안 간직해온 승마 헤리티지가 있다.
1837년 마구 제작 공방에서 출발한 에르메스에게 말은 단순한 모티프가 아니라 하우스의 기원과 장인 정신을 상징하는 존재다.
'미스터리 앳 더 그룸즈'는 이 역사적 상징을 놀이, 유머, 움직임,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놀이란 함께하는 것입니다.
놀이는 움직임이자 자유이며, 상상력과 환상, 그리고 경쾌함입니다.
그리고 말은 창조의 놀이터에서 우리 곁을 지켜온 가장 오래된 동반자입니다."
- 에르메스의 아티스틱 디렉터 피에르 알렉시 뒤마(Pierre-Alexis Dumas)
'놀이'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에르메스의 '승마' 헤리티지를 알리고 브랜드 이미지를 친숙하게 하고자 기획됐다.
지난해 에르메스코리아의 매출은 1조 125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 증가해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어섰지만 여러 차례 이어진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불만도 적지 않았다.
에르메스는 앞으로의 주고객층이 될 MZ세대에 친숙한 '방탈출' 전시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친숙하게 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는 서울을 시작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로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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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곽인숙 기자 cinspai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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