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더 걷힐 세수 16조, 나랏빚 갚는 대신 ‘미래기금’ 만들듯
증시 등 호황에 법인-증권세 껑충
李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써야”
하반기 출범 국부펀드 투자도 검토

정부는 늘어나는 초과 세수를 국가 채무 상환이나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투입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미래 산업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공지능(AI)·첨단산업 육성에 사용할 ‘미래대응기금’(가칭)을 신설하거나, 하반기(7∼12월) 출범할 한국형 국부펀드에 추가 출자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 증권거래세 수입 4배로 뛰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초과 세수 규모는 작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까지 최근 5년간의 연평균 4월 세수 진도율(38.6%)만큼 세수가 걷혔다고 가정하면 올해 국세 수입은 425조1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정부 전망치보다 약 9조7000억 원 많다.
세수 증가를 이끄는 것은 반도체 초호황, 증시 활황이다. 올해 1∼4월 걷힌 법인세는 39조 원으로 1년 전보다 3조2000억 원(8.9%) 증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반도체 기업의 실적이 호조인 데다 8월 법인세 중간 예납도 예정돼 있어 하반기에도 세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증권거래세도 올해 세수 증가를 견인하는 대표 세목으로 떠올랐다. 1∼4월 증권거래세 수입은 4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조 원)의 4배로 뛰었다. 전체 세목 가운데 가장 많이 늘었다. 같은 기간 소득세도 성과급 확대와 부동산 거래 증가 등에 힘입어 44조7000억 원으로 5조9000억 원(15.2%) 늘었다.
● 미래대응기금·한국형 국부펀드 부상

이재명 대통령도 이달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 세수는 가장 중점적으로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를 해야 되겠다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반도체와 같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가 채무 상환을 최우선으로 보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국가 부채가 조금 늘어났으니까 (초과 세수로 이를) 갚자, 빚이 없는 게 최고다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빚이 없는 게 절대 진리는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서 대표적인 초과 세수 활용 방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미래대응기금 신설이다. 별도 기금을 만들어 AI, 반도체, 에너지 전환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활용하자는 구상이다.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예산안을 국무회의에 제출하는 8월 말 전후로 관련 논의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출범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도 초과 세수의 유력 활용처 중 하나다. 정부는 당초 공기업 지분, 상속세 물납주식 등을 활용해 약 20조 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최근에는 초과 세수를 추가 재원으로 투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 “(초과 세수를) 국부펀드에 재원으로 쟁여놓고 투자 수익을 다시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초과 세수 전액을 미래대응기금이나 국부펀드에 투입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래 성장 동력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려면 운용 방식이 경직된 기금 신설보다는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가 투자를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국부펀드가 장점이 크다”며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과 세수의 일부는 국가 채무를 갚는 데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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