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공 재개발도 투기 우려… 다주택자·법인까지 뛰어들어 850호 샀다
무주택자에 분양권 1회 한해 넘길 수 있어
다만 법인이 매입한 경우 관련 규정 없어
다주택자, 법인 세워 매수... 취지 무색해져

정부가 서울에서 추진하는 공공 재개발 사업이 투기 우려에 휩싸였다. 공공이 앞장서 노후 주거 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와 달리 외지인 주택 매수가 급증하는 추세다. 최근 7개월간 확인된 거래만 1,000건에 육박한다.
14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도심복합사업) 사업장 46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지난주까지 외지인이 매입한 주택은 최소 850호에 달한다. 사업장별 진척도 격차가 커 매수세는 특정 사업장에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에 지구 지정을 앞둔 후보지를 포함한 사업장 대다수(34곳)가 서울에 있다.
외지인 주택 매수 자체는 적법한 활동이다. 국토교통부는 집주인의 재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예외적 거래’를 허용했다. 현행법상 재개발 현물보상은 후보지 선정일 전부터 토지 등을 소유한 자에게만 제공하는데, 1회에 한해 매도자가 매수자(무주택자)에게 분양권을 넘겨주도록 허락한 것이다. LH는 양자의 자격을 따져 현물보상 지위승계 여부를 확인한다.
문제는 법인이 주택을 사들이는 경우가 여러 사업장에서 속출한 것이다. 이 중엔 사업장에 주택을 여러 채 소유한 다주택자가 설립한 법인도 있다. 이 법인은 경매에 참여해 주택을 매입했고 LH에 분양권 승계를 인정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주민 재정착을 유도하고 개발이익을 지역사회로 환원하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질 위기다.
원칙적으로 다주택자는 분양권 승계가 불가능하지만 법인이 주택을 매입한 경우는 관련 규정이 모호하다. LH는 연초부터 국토부에 관련 지침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소식이 없다. 결국 LH 지난달 자체적으로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정부가 미적거리는 사이 현장에서는 매수세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가 도심복합사업을 서울 주택 공급 주요 수단으로 내세우자 민간의 관심이 쏠렸다는 뒷말도 나온다. LH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현물보상 지위승계 문의가 쇄도한다. LH가 지난달부터 이달 10일까지 처리한 현물보상 지위승계 신청만 170여 건에 달한다. 전체 처리량의 20%가 두 달간 집중됐다.
다만 도심복합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사업장 46곳 가운데 시공사를 선정한 사업장은 2곳, 지자체가 사업을 승인한 사업장은 5곳에 불과하다. 사업이 승인됐더라도 향후 공사비 증가 등의 이유로 사업이 좌초할 수 있다. 앞서 1일 서울 용마터널 인근 사업장에서 만난 정모(72)씨는 "월세 수입으로 생계를 꾸리는 노인들이 재개발 후 어디로 가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LH 관계자는 "현행법상 경매를 활용한 주택 취득은 현물보상 지위승계 확인 대상이 아니고, 법인은 무주택자 여부가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도 "지위승계 요청이 계속 들어오는 만큼, 내부적으로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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