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식칼럼] 금리정책의 딜레마
내수 침체·가계 부채 뇌관이 문제
물가·금융 안정 사이서 고심 커져
거시건전성 강화 재정정책 필요
5월 소비자물가가 3.1%로 높아지고 1분기 성장률도 전년동기대비 3.8%로 2020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한국은행이 오는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물가 안정을 강조하면서 물가, 성장, 금융 안정의 3가지 통화정책 목표가 모두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금리는 주가, 주택가격, 환율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폭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인상 폭은 그 득실이 상충되어 금리정책은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물가와 환율을 보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큰 폭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 폭이 커질 경우 내수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금융부실 확산으로 금융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선택의 딜레마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에서 금융 안정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이와 연관해서 글로벌 금융사이클(GFC) 이론을 주장해 왔다. 금리 인상은 물가 안정과 부실대출을 줄일 수 있어 금융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과도한 금리 인상은 경기침체를 심화시켜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음을 경계한다. 또한 자본 이동이 국가 간 금리 차이보다는 글로벌 은행들의 위험회피적 대출 행태 때문에 발생하므로 신흥시장국은 미국 금리 인상에 대응해 과도한 금리 인상보다는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금융 안정을 해칠 수 있는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규제하고 환율 변동성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 외에도 금융부실이 대부분 유동성 부족 때문에 발생하므로 환율이라는 가격 변수보다 유동성과 같은 물량 변수를 더 중요시한다. 결국 급격한 금리 인상보다는 완만한 금리 인상과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 그리고 통화스와프와 같은 유동성 공급의 정책조합을 선호한다.
이렇게 보면 통화당국은 정책선택의 기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큰 폭의 금리 인상과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로 물가와 금융 안정을 이루면서 효율적인 재정정책으로 내수 침체 심화를 막는 정책조합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선택은 완만한 금리 인상과 거시건전성 감독 강화의 정책조합으로 내수 회복과 금융 안정을 이루면서 당분간 고물가, 고환율이 지속되는 것이다.
한국경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호조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정책당국의 올바른 정책선택으로 물가와 환율이 안정되면서 내수가 회복되고 금융부실이 줄어들 경우 재도약의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반면에 고물가, 고환율로 임금과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기업 투자가 감소해 내수 침체가 심화될 경우나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서 금융부실이 늘어날 경우 심각한 후유증에 직면할 수 있다. 통화당국은 올바른 정책선택으로 한국경제가 금리정책의 딜레마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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