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동자 산업재해 통계 제대로 보기
노동자 사망과 부상자 수를 나타내는 산업재해 통계는 국가가 노동자의 생명을 합당하게 보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산재 통계는 보통 사고사망, 질병으로 인한 사망, 회복할 수 있는 부상과 질병 등 세 가지 범주로 분류된다. 각 범주의 통계를 통해 산재 예방과 보상 정책의 주요 쟁점을 짚어보았다.
첫째, 산업화 이후 사고사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국가 평균보다 줄곧 높은 수준이다. 2025년 사고사망자 수는 872명으로 2024년보다 45명 늘었다. 이 중 무려 686명(79%)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주노동자 사망은 77명(9%)이나 된다. 화물차 운전(75명), 퀵서비스(40명) 등 개인사업자 형태의 노무제공자(특수고용 노동자) 사고사망자는 137명(16%)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에게 사고사망이 집중되는 것은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에다 원청의 위험 외주화, 비용 절감 압력, 정부 감독과 지원 사각지대 등 안전보건 불평등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2022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이 시행됐고, 정부 감독과 처벌이 더 강화되고 있지만 뚜렷한 사고사망 예방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둘째,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상당수가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은 통계에 드러나지 않은 진실이다. 사고사망 1건당 질병사망이 4~6건 범위라는 국제노동기구(ILO) 등 문헌에 따라 추정한 2025년 질병사망자 수는 대략 3488~5232명이다. 같은 해 보상받은 질병사망자는 1376명이었다. 추정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상당수가 산재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의심할 수 있다. 질병사망은 규모와 사회경제적 피해가 큼에도, 실시간으로 드러나는 사고사망에 비해 산재 예방과 보상 정책에서 소홀히 취급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회복할 수 있는 부상과 질병재해율(재해율)은 기업의 보고 누락 또는 은폐로 실제 규모보다 훨씬 낮게 집계된다. 사고사망률과 달리 재해율은 OECD 평균의 4분의 1에서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노동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부상사고가 산재보험으로 공식 보고되는 비율은 24~34% 정도다. 이는 부상과 질병 사례가 건강보험으로 공상 처리되기 때문인데, 원인은 정부 감독 회피, 산재보험료율 상승 부담, 원청의 계약 유지 압박, 노동자의 고용불안에 따른 신고 기피 등 복합적이다. 산재 보상을 받지 못한 부상 노동자는 충분한 치료·재활을 받지 못하고 서둘러 업무에 복귀할 수밖에 없어, 질병 악화는 물론 노동력 결손 등으로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질병사망과 부상재해는 산재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찾기 위한 국가별 산재 감시체계의 수준은 큰 차이를 만든다. 영국,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병원(의사)이 노동자 질병과 부상을 보고하게 하는 법적 의무를 두거나 권고하는 능동적 감시체계를 통해 노동자 질병과 부상 사례를 적극적으로 찾는다. 반면 한국의 산재 보상 체계는 노동자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노동안전종합대책과 중처법은 사고사망 예방과 처벌에만 집중돼 있다. 산재 예방과 보상 정책에서 우선순위는 둘 수 있겠지만, 배제하거나 소홀히 해도 될 만한 노동자 재해는 없다. 사고사망 중심의 접근을 넘어, 질병사망과 부상재해까지 포괄하는 능동적 산재 예방과 보상 정책을 펼쳐야 한국의 산재 수준이 이른 시일 내에 국가 경제와 사회 수준에 걸맞은 정도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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