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금융사 망분리 해제, 속도 내야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7만 6100원’, ‘18만 1900원’. 금융위원회가 ‘금융분야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한 지난 2024년 8월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종가 기준 주가다. 이후 약 2년이 지나 삼성전자는 당시 종가보다 5배, SK하이닉스는 13배나 주가가 급등했다. 그간의 폭발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 속도를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단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존재하지 않던 시기에 만들어진 망분리 규제는 2013년 시행 이후 13년째 금융회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2년 전 망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대표적인 갈로파고스 규제의 과감한 개선’을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망분리 해제 시점 및 계획은 밝히지 않았었다. 이로 인해 금융회사들은 지금까지도 연구개발(R&D) 등 일부 허용 영역을 제외하면, 생성형 AI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은행들이 무인점포를 표방하고 키오스크 형태로 설치한 ‘AI 은행원’ 서비스는 외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없어, 신규 계좌 계설 등 단순 반복 업무만 처리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 보안 취약점을 손쉽게 찾아내는 ‘미토스’ 등 고성능 AI의 등장으로 이에 대응할 AI 기반 보안시스템 구축 없이는 망분리 만으로 완벽한 보안을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다행히 금융당국은 보안 목적으로 생성형 AI를 활용할 수 있는 금융회사 10곳을 먼저 선정해 비조치의견서(법 예외적용) 방식으로 망통합을 허용한다. 다만 전면 해제까진 아직 갈길이 멀다.
얼마 전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5대 금융그룹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연내에 망분리 규제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발언에도 ‘고도의 AI·보안역량 갖춘 금융사 선별’이라는 단서가 붙어, 금융당국이 연내에 어느 정도 수준에서 망분리 규제를 풀어줄지 여전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사업 추진에 가장 걸림돌인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5대 금융그룹들은 ‘AI 대전환(AX)’를 추진하며 고객과 직접 소통하고 고난이도 업무를 스스로 처리하는 ‘에이전틱(Agentic) AI’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에이전틱 AI의 필수 조건은 자유로운 내·외부 데이터의 활용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2년간 망분리와 관련해 수차례 강조해온 ‘과감한 규제 완화’를 더이상 늦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
양희동 (eastsu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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