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부동산 세제 개편... '보유세' 엇갈린 시선

손유지 2026. 6. 1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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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정부, 내달 부동산 세제 개편안 발표 예고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종부세 개편 논의 본격화
미국·캐나다·유럽 사례로 본 보유세 정책 주목
실거주자 보호·시장 안정 사이 균형이 핵심 과제

[지데일리]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다시 한 번 세제 개편의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보유세를 비롯해 금융·규제·공급 정책을 종합적으로 손질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시장에서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개편, 다주택자 세 부담 강화, 장기보유특별공제 조정 등이 포함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개편을 추진하며 투기 억제와 시장 안정, 실수요자 중심의 주거 질서 확립에 나설 전망이다. ⓒ픽사베이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가 대체로 낮다”며 “서구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을 갖게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다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여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시장을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정책 의지로 해석된다.

정부는 세제만 손보는 것이 아니라 금융과 규제, 공급 정책까지 함께 정비할 계획이다. 이 대통령은 “세제와 금융, 규제, 공급을 조만간 한꺼번에 정리하려 한다”고 설명했으며, 재건축·재개발과 신축 사업의 속도를 높여 공급 확대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과거처럼 세금 정책만으로 시장을 통제하기보다는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세제 개편 논의의 핵심은 보유세 체계 개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이 유력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다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이는 방향이 검토되고 있으며, 비거주 주택 보유자에 대한 과세 강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한국의 낮은 보유세 비중이 자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한국은 거래세 비중이 높고 보유세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구조를 유지해 왔다. 

부동산을 오래 보유하는 데 따른 부담보다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세금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는 거래세보다 보유세를 강화하는 방향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한국 정부가 언급한 ‘선진국 수준의 보유 부담’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지방정부가 부과하는 재산세가 핵심이다.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주택 가치의 1~3% 수준을 매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은 세 부담이 상당한 수준이다.

캐나다 역시 지방정부 중심의 재산세 체계를 운영한다. 여기에 일부 도시에서는 빈집세나 외국인 주택세를 추가로 부과해 투기성 수요를 억제하고 있다. 영국은 주택 가치에 따라 차등 부과되는 카운슬택스(Council Tax)를 운영하며, 고가 주택에 대한 추가 과세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는 과거 부유세 성격의 자산세를 운영했고 현재도 고가 부동산 보유자에게 별도 과세를 실시한다. 독일 역시 재산세를 부과하며 최근에는 부동산 가치 재평가를 통한 세수 체계 개편이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주요 선진국은 거래세보다 보유세를 통해 부동산 자산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동시에 장기 거주자나 은퇴 고령층에 대한 세액 공제, 납부 유예 등 보호장치도 함께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세시장에 대한 정부의 시각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대통령은 전세 감소 현상을 시장의 왜곡이 해소되는 과정으로 평가했다. 전세가 한국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금융 구조이며, 전세대출 확대가 과거 집값 상승을 부추긴 측면이 있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향후 전세대출 정책 역시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 정책을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논란은 조세 저항이다. 고가 주택 보유자뿐 아니라 장기간 한 채의 집을 보유한 실거주자까지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은퇴 이후 소득이 감소한 고령층은 집값 상승에 따라 세 부담만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다주택자 매물 출회를 유도하려는 정책 목적 역시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보유세가 오른다고 해서 반드시 매물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 보유자는 세금 부담을 임대료나 전세금에 반영하려 할 수 있으며, 이는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시장 유동성 감소다.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상승하면 매도 대신 버티기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이 경우 거래량 감소와 시장 경직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발표될 세제 개편안은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철학을 보여주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보유세 강화와 공급 확대, 금융 규제 정비가 어떤 방식으로 조합될지에 따라 시장의 반응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부동산학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투기 수요 억제와 함께 실거주자 보호, 임차인 부담 완화, 주택 공급 확대가 균형 있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세금만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책의 성패는 조세 형평성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얼마나 정교하게 조화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