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기업의 ‘역사 감수성’ 부재가 던진 질문
5·18 인식 부족, 청년세대 아닌 교육 문제
역사교육·사회적 감수성 강화 계기 삼아야

최근 신세계그룹 계열에서 운영하는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마케팅’ 논란은 단순한 홍보 실수 이상의 함의를 갖는다. 이번 사건은 네 명의 젊은 여성 직원이 기획안을 작성하고 내부 검토 과정에서 상급자의 결재와 내용 점검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채 대외 홍보로 이어지면서 발생했다. 기업의 검수 시스템이 매우 기본적인 역사 감수성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는 조직 운영과 한국 사회 전반의 교육 문제를 함께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우선 이번 사안을 단순히 ‘젊은 직원 4명의 실수’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그들의 연령이나 성별과 상관없이 기업 홍보와 브랜드 메시지는 개별 직원이 아닌 조직 전체의 책임이다. 문제는 조직적 검증 절차의 부재, 특히 사회·역사적 민감성을 사전에 점검하는 내부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기획을 승인한 중간관리자와 최종 결재권자의 검토 책임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현대 기업의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공적 책임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과연 이 젊은 직원들이 5·18의 역사적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었을까”라는 질문도 제기된다. 이는 개인의 무지가 아니라 우리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다. 5·18 민주화운동의 성격과 가치에 대한 교육은 여전히 교과서 속에 압축적으로만 존재하거나 시험 대비 중심으로 다뤄지며 학생들이 그 의미를 ‘경험 기반의 학습’으로 체화할 기회는 적다. 민주주의의 역사적 사건이 하나의 ‘지엽적 시험 단원’처럼 취급되는 현실이라면 사회에 진출한 청년 세대가 이러한 사건의 무게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에서 정치권과 행정부의 대응은 어떠했는가. 일부 여당 정치인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본질보다 비난에 초점을 맞춘 반응을 보였다. 물론 공적 의제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적절한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정치적 공격 프레임으로 사안을 소모하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행히 신세계 측의 회장 사과가 있었고 내부 교육 및 검수 시스템 강화 계획도 언급됐지만 보다 높은 수준의 제도적 변화가 요구된다.
향후 개선 방향으로 기업 차원의 역사·사회 이슈 검토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주요 역사 기념일, 지역사, 사회적 약자 관련 메시지를 다루는 마케팅은 단순한 디자인 검토를 넘어 사회적 의미를 평가하는 체크리스트와 전문가 자문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 또 정부와 교육계는 역사 교육의 질적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교과서에 5·18을 단순 사건 기술이 아닌 역사적 가치와 의의를 설명하는 내용으로 보완하고 체험 기반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의 현대적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단순 지식이 아니라 시민의식 형성의 기본이다.
나아가 정치권 역시 역사·사회적 갈등 사안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기보다 교육적·제도적 개선을 위한 논의의 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교육적·제도적 개선 방향 논의의 계기로 발전돼야 기업과 교육계의 문제를 선명하게 짚어내고 현실적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공적 책임이다.
이번 스타벅스 사안은 하나의 마케팅 실패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조직 운영, 역사 교육, 그리고 공적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를 동시에 드러낸 사건이다. 비판을 위한 비난보다 교육의 내실과 제도적 개선을 다지는 방향으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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