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2026 월드컵, ‘대~한민국’

11일 개막한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대한민국이 2:1 역전으로 체코를 제압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본선 첫 경기 승리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의 예측 모델은 이 경기 승리로 한국의 32강 진출 확률이 93%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32강 토너먼트 예상 대진표를 보면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16강에 진출할 가능성도 부쩍 높아졌다.
이번 월드컵부터 본선 참가국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대됐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상업성으로 월드컵을 격하시켰다는 비판이 있지만, 한국에겐 호재일 수 있다. 32강 조별 리그 통과가 염원이었던 예전 월드컵에 비해, 48강 조별 리그 통과 확률이 확 높아졌다. 32강부터 시작되는 토너먼트는 전력의 격차가 정신력으로 평준화되고, 이변이 속출한다. 한국이 16강 토너먼트부터 이탈리아, 스페인을 차례로 격파해 4강 신화를 창조한 2002년 월드컵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번 이기면 8강이고, 세 번 이기면 2002 기적이 재현된다.
공은 둥글고, 첫 1승으로 32강 진출을 단정할 수 없다. 그래도 2002년 이후 가장 출중하다는 대표팀 전력이다. 34세 손흥민은 상대팀 수비들을 흡수해 공간을 만든다. 30세 황인범이 중원을 지배하고 25세 이강인이 패스로 경기를 조율한다. 김민재, 황희찬 등 해외파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존재감이 뚜렷하고, 수문장 김승규의 집중력은 예민하다. 홍명보 감독은 절묘한 교체로 오현규의 ‘퍼스트 댄스’를 연출해 손흥민의 부담을 덜었다.
클린스만 전 감독과 홍 감독 선임의 공정성 시비에 축구팬들이 평가전 관전을 외면할 정도로 홍역을 치른 대표팀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월드컵 직후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막상 월드컵 무대가 열리고 국가대항전이 시작되자 국민의 축구 DNA가 깨어났다. 케데헌 가수 이재가 열창한 개막식 주제곡 ‘DNA’의 한국어 가사대로 “또 넘어져도 또다시 일어나”라고, 대표팀을 향해 ‘대~한·민·국’을 합창한다.
역대 최고의 대한민국 대표선수들이 각자의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한 팀플레이로 명승부를 펼쳐 축구행정을 압도하기를 바란다. 선수와 팬들은 경기를 즐기고, 홍 감독은 명예를 회복하고, 축구협회까지 정상화되는 월드컵이라면, 부실선거와 내로남불 정치로 쌓인 국민 체증도 한결 가벼워지겠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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