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아파트 옆 호남고속도로 휴게소 결사반대"
주민들, 생활권 침해 강력 항의
단식 투쟁 예고 등 강경 일변도
갈등 평행선…사업 장기화 우려

"35년 가꾼 맥문동숲길 부수고 휴게소 지으려거든 단식 투쟁도 불사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11시께 광주 북구 문흥1동 행정복지센터. 한국도로공사 등 주최로 열린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산IC 확장사업 주민 간담회'는 시작부터 고성이 오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 100여 명은 '도심 한복판에 휴게소·LPG충전소가 웬말이냐', '맥문동숲길 훼손 반대'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행사장 입구를 가득 메웠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확장 사업 자체에는 찬성하지만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휴게소와 주유소 등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일부 주민은 발언 순서를 기다리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고, 발언대에 오른 주민들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한 주민은 "35년 동안 주민들이 함께 가꿔온 숲길과 산책로를 훼손하면서까지 휴게소를 지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며 역정을 토해냈다.
주민들의 강경 발언도 이어졌다. 일부 주민은 "단식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했고, "정 안 되면 분신이라도 해서 이 사업을 막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 등 구체적인 시설 계획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도 "주민 대표단을 구성해주면 지속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다.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동광주IC 인근 폐도부지 활용 방안으로 휴게시설 조성이 검토되면서 주민 생활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직접 중재에 나섰음에도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호남고속도로 동광주IC~광산IC 확장사업은 광주 북구와 광산구를 연결하는 11.2㎞ 구간을 기존 왕복 4차로에서 6~8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7천934억원이다. 광주시와 한국도로공사가 절반씩 부담하며 2029년 말 준공이 목표다.
해당 구간은 광주권 대표 상습 정체 구간이다. 적정 통행량의 2.7배 수준인 하루 평균 14만대가 통행한다. 광주와 전남을 잇는 핵심 물류축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확장 필요성이 25년 넘게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기공식이 열리며 사업은 본궤도에 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본선 토목공사는 시작되지 못했다. 현재 문화재 조사와 지장물 정리 등 사전 절차가 진행 중이다.
주민들은 동광주IC 인근 폐도부지 활용 계획에 적극 반발하고 있다. 이곳 일대는 단순한 유휴부지가 아니라 맥문동 군락지와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있는 생활권 녹지라는 것이다. 휴게소와 주유소, LPG충전소 등이 들어설 경우 소음과 매연, 교통량 증가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과거 생태휴식공원 조성이 검토됐음에도 도로공사가 해당 약속을 외면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도 했다.
이와 관련 도로공사 관계자는 "휴게소 등 구체적인 시설 계획은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며 "주민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임지섭 기자 l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