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소리 쳤지만 뜻대로 안됐다”…80세 생일 맞은 트럼프, 이란전쟁도 관세도 ‘험로’ [1일1트]

서지연 2026. 6. 14.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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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4일 80세 생일…취임 17개월 만에 공화당 내부 이탈 조짐
이란전쟁 장기화·지지율 하락·법원 관세 제동 겹쳐
미·이란 ‘종전 MOU’ 임박했다지만 호르무즈·핵·제재 ‘동상이몽’
민주당은 벌써 조사팀 가동…중간선거 정조준
11월 중간선거가 트럼프 정치 운명 가를 분수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뉴욕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14일(현지시간) 80세 생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둘러싸고 워싱턴 정가에서 이른바 ‘레임덕(lame duck·권력 누수)’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취임 17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란 전쟁 장기화와 지지율 하락, 공화당 내부 반발이 겹치면서 트럼프의 정치적 영향력이 예상보다 빨리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공화당 내 막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권력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와 다른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점이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공화당 경선에서 현역 의원들을 낙마시키고 강경 무역정책을 밀어붙이는 등 여전히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상원과 하원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민주당과 손잡고 이란 전쟁과 관련한 행정부 정책에 반대했다. 또 백악관 대형 연회장 건설 예산 10억달러와 정치적 동맹 지원 기금 18억달러 규모 사업에도 제동을 걸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 온 핵심 사업에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균열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PA]

백악관 내부에서도 중간선거 이후 영향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에 따르면 한 백악관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이후 자연스럽게 정치적 지렛대를 잃게 될 것”이라며 권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인정했다.

민주당도 벌써 중간선거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민주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전제로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한 조사 계획을 준비 중이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가르시아 하원의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혹과 트럼프 가족 사업, 국토안보부 및 이민세관단속국(ICE) 정책 등을 들여다볼 조사팀이 이미 자료 수집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 지위를 탈환할 경우 각종 청문회와 소환 조사가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정책 추진보다 의회 대응에 더 많은 정치적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실제 미국 정치에서 재선 대통령은 헌법상 3선 출마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영향력이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대통령이 더 이상 선거에 나설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권과 관료 조직의 관심이 차기 권력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측근들에게 헌법상 불가능한 ‘3선 도전’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이런 레임덕 이미지를 피하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고 전직 백악관 고위 참모는 설명했다.

대외적으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시작된 이란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지만 3달 넘게 지속됐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12일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이 임박했다고 일제히 밝혔지만, 양측이 부분적으로 공개한 MOU 내용과 관련 설명을 들여다보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이란 핵 프로그램 문제 해결, 대이란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이견은 여전하다. 14일 서명이 이뤄진다고 해도 이후 이어질 60일간의 본협상 격인 ‘기술적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쟁 여파로 지난 5월 미국 물가 상승률은 3년 만에 다시 4%를 돌파하면서 경제 관리 능력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법원도 잇따라 행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고 있다. 재집권 초기 강력한 행정명령을 통해 정책을 추진했던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여기에 건강과 체력 문제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다. 지난 2월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조사에서는 미국인의 61%가 “트럼프가 나이 때문에 더 충동적으로 변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공개석상에서 발목 부종이 포착됐고 농구 경기 관람 중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확산하면서 건강 논란도 이어졌다. 백악관은 정기 건강검진 결과를 공개하며 “대통령은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게티이미지]

여론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최근 공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70%가 미국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3%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와 물가 상승, 관세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경제 분야에서도 지지 기반이 일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장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대통령은 행정명령 권한을 활용할 수 있고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의회보다 훨씬 큰 재량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화당의 차기 대선 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공화당 내부에서는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2028년 대선 후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보수 성향의 WSJ도 최근 칼럼에서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원을 탈환하면 트럼프 대통령직은 사실상 끝장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칼럼니스트 제이슨 라일리는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각종 청문회와 조사, 탄핵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국정 과제보다 방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워싱턴 정가의 관심은 모두 오는 11월 중간선거로 향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미국 대통령 소속 정당은 중간선거에서 의석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를 지켜낸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상당한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민주당이 하원이나 상원을 탈환할 경우 각종 조사와 청문회, 입법 저지 공세가 이어지면서 레임덕 논란은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대통령사를 연구하는 더글러스 브링클리 라이스대 교수는 “민주당이 의회를 탈환하든 아니든 트럼프 특유의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은 계속될 것”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에도 미국 정치는 끊임없는 변동성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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