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나의 빛이자 한국어 선생님”…땡볕에도 한복 입은 아미들 [13주년 BTS 페스타]
‘아리랑’ 발매 이후 해외 팬 ‘한복 스타일링’
챌린지 품앗이 등 국적 초월한 연대의 장
![방탄소년단(BTS)의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이 열리는 12일 부산 동래구 아시아드주경기장 입구에서 외국 팬이 BTS 멤버 사진으로 채워진 양산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빅히트뮤직 제공]](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4/ned/20260614182853538uvon.jpg)
[헤럴드경제(부산)=고승희 기자] ”방탄소년단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고, ‘아리랑’의 의미를 알게 됐어요.“
연보랏빛 치맛자락을 흩날리는 한복을 단정히 차려입은 에리카 조이 멘도사(25)는 이렇게 말했다. 오랜 시간 세대별 K-팝 그룹을 사랑해 온 필리판 출신인 멘도사에게 “방탄소년단은 K-팝에게 입문하게 해준 가수”라고 한다.
13일 오후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체감온도 3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도 전 세계에서 몰려든 아미들의 웃음은 그치지 않았다. 데뷔 13주년을 맞아 부산에서 열린 ‘2026 BTS 페스타’ 현장은 그야말로 ‘작은 지구촌’이었다.
부산 지하철 종합운동장역. 전동차 문이 열릴 때마다 보랏빛 물결이 플랫폼으로 쏟아졌고, 객차 안은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가 뒤섞여 국제공항의 탑승 게이트를 방불케 했다. 아시아드 주경기장은 지구촌 박람회를 연상케 하듯 온갖 인종이 모여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외국인 아미들은 응원봉을 높이 들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정규 5집 수록곡 ‘훌리건(Hooligan)’ 챌린지를 촬영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미들이 스마트폰 삼각대를 세우자, 국적을 초월해 다른 팬들이 즉석에서 연출과 촬영을 돕기도 했다.
부산을 가득 메운 이색적 풍경 중 하나는 단연 ‘스타일링’이었다. 현장을 찾은 한국 팬들은 Z세대의 트렌드로 꾸몄으나, 해외 팬들의 복장은 달랐다. 폭염 속 불편함을 감수하고 연보랏빛 저고리와 치마 등 다채로운 색상의 한복을 차려입은 아미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이전엔 그저 보랏빛 액세서리와 의상이 정체성이었다면, ‘아리랑’(정규5집 앨범 제목)과 함께 돌아온 이후 한복은 아미의 또 다른 정체성이 됐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 멤버 정국의 응원 메시지를 담은 비행선이 신곡 ‘SWIM’ 모래작품 뒤로 날자 팬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4/ned/20260614182853821rogz.jpg)
에리카 조이 멘도사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면서 한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노래 가사를 알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고, 역사를 찾아보고, 문화에 관심이 생겼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전부터 ‘아리랑’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이번 앨범을 통해 다시 공부하고 싶었다. 공연에 오면 꼭 아리랑을 따라 부르고 싶다”며 “한복을 입은 것도 멤버들에게 한국 문화를 이렇게 좋아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존재 자체로 K-컬처 전도사이자, 한국어 선생님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어를 배운 것은 물론 K-팝을 넘어 K-컬처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프랑스 아미 클로에 베르나르(27)씨도 “처음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들었을 땐 그저 멜로디가 좋다고만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노랫말 이면에 담긴 철학과 서사를 온전히 이해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은 단순한 그룹이 아니다. 가사를 파고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독학하게 됐고, 한글을 읽으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열렬히 사랑하게 됐다. 방탄소년단은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가장 위대한 ‘한국 문화 선생님’”이라고 했다.
프랑스 리옹에서 온 마농 뒤부아(26) 씨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해 한국으로 유학와 공부 중”이라며 “지금은 연세대학교 어학당에서 공부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요즘엔 영어 가사가 더 많지만, ‘봄날’ 노래를 한국어로도 이해할 수 있었던 때엔 눈물이 날 뻔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BTS)의 ‘BTS 월드투어 아리랑 IN 부산’ 공연장에서의 아미들 [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4/ned/20260614182854061alvm.jpg)
어느덧 데뷔 13주년을 맞은 만큼 팬들과 함께 해온 역사가 깊다. 아미들은 방탄소년단을 ‘흔들리는 청춘’을 구원해 준 희망이라고 말한다. 특히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시리즈 앨범은 팬들이 가장 많이 꼽는 ‘최애 앨범’이었다.
마농 뒤부아 씨는 특히 “10대 후반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늘 비교하며 자책하던 때가 있었는데 방탄소년단의 ‘러브 유어셀프’ 앨범을 듣고, ‘나를 사랑하자’는 독려에 삶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라며 “방탄소년단은 제 청춘의 사운드트랙이자 어둠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게 해준 한 줄기 빛이었다”고 했다.
클로에 씨는 “팬데믹 시기 동안 우울감에 빠졌을 때 방탄소년단을 알게 됐다”라며 “내면의 어두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내는 음악이 마음에 와닿았다. 이전 앨범들을 역추적해 들어보는데 방탄소년단이 유명해지기 이전 노래들에서 마음이 더 흔들렸다. 방탄소년단은 늘 ‘괜찮다’고 말해주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국적과 언어, 인종은 제각각이지만 현장에서 만난 글로벌 아미들에게 방탄소년단은 ‘보랏빛 구원’이었다. 필리핀에서 온 멘도사 씨는 “학창 시절 학업에 지쳐있을 때는 물론 인생에서 어두운 터널을 지날 때마다 방탄소년단이 유일한 안식처였다”고 돌아봤다.
![방탄소년단 13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 [빅히트뮤직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6/14/ned/20260614182854401vnnk.jpg)
긴 시간 함께 했고,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을 만나는 아미들의 마음이 벅차다. 무엇보다 팬들은 “방탄소년단이 치열하게 달려온 시간을 지나 이제는 한결 편안한 모습이라는 점이 너무나 안심이 된다”고 했다.
클로에 씨는 “여전히 유쾌하지만 시간과 함께 성숙해진 방탄소년단을 보면서 든든한 마음이 생겼다”며 “멤버들이 자신들을 위한 행복한 노래를 불렀으면 좋겠다. 방탄소년단의 존재가 내겐 최고의 선물”이라며 활짝 웃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2~13일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BTS 월드 투어 ‘아리랑’ 인 부산(BTS WORLD TOUR ‘ARIRANG’ IN BUSAN)’을 열고 약 11만 명의 관객과 만났다. 이날 공연은 글로벌 팬 플랫폼 위버스(Weverse)를 통한 온라인 스트리밍을 병행, 191개 국가/지역의 시청자들이 함께했다. 80여 개 국가/지역의 영화관에서 공연을 함께 관람하는 ‘라이브 뷰잉’(Live Viewing)도 진행했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고향에 와서 생일을 맞이하고 여러분과 함께 노래하는 이 순간이 정말 뜻깊고 아름답다. 13년을 같이 보냈다”며 “이 모든 게 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오랜 시간을 잘 버틸 수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절대 오늘을 잊지 않겠다. 여기에만 존재하는 귀한 감정들을 마음껏 느끼고 즐겨 주시길 바란다”라는 진심을 전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기념일에 맞춰 열리는 콘서트인 만큼 관객들에게 특별한 선물도 준비했다. 자필 편지를 비롯해 양산, 고체 향수, 페이스 타월 등을 선물해 야외 스타디움을 찾은 관객들을 향한 세심한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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