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또 넘어져도, 또 다시 일어나

이명희 기자 2026. 6. 1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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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겸 가수 이재(오른쪽)와 이탈리아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11일(현지 시간) 멕시코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식에서 주제가 ‘DNA’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월드컵에서는 1962년 칠레 월드컵을 시작으로 개최국의 정서를 반영한 주제가가 만들어졌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주제가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불러 화제를 모았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이 주제곡으로 쓰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주제곡 ‘더 컵 오브 라이프(The Cup Of Life)’다. 리키 마틴이 부른 이 노래는 후렴구 “알레 알레 알레(Ale Ale Ale)”가 축구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멕시코·미국·캐나다 3개국이 공동개최하는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주제가는 ‘DNA’다. 개회식도 각국 개성을 담아 세 번 치러졌다. 11일(현지시간) 첫 개회식이 열린 멕시코시티 아스테카 스타디움에서는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참여한 작곡가 겸 가수 이재와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DNA’를 함께 불렀다. 이재가 부른 파트는 한국어 가사인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로 시작한다. 역대 월드컵 주제가는 주로 영어나 개최국의 언어로 불렸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미국 가수 아나스타샤의 ‘붐(Boom)’이 주제가였다. 한국이 월드컵 개최국도 아닌데 한국어 가사가 들어간 노래에 뜬금없어하면서도 감격한 이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개회식에선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브라질 가수 아니타, 나이지리아 아티스트 레마와 함께 주제가 ‘GOALS’를 불렀다. 북중미 월드컵 피날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장식한다. BTS는 7월19일 미국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 하프타임 쇼 무대에 오른다. K팝 가수들이 월드컵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는 것이다.

이재가 작사한 ‘DNA’의 가사 “또 넘어져도 나, 또다시 일어나”는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뿐 아니라 성취를 위해 달려온 모두에게 건네는 위로로 들린다.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다 데뷔에 실패한 뒤 작곡가로 전향한 본인의 경험이 배어 있어 울림이 크다. 개인의 서사에서 출발해 ‘인간의 회복탄력성에 대한 믿음’이라는 메시지로 나아가는, 이런 확장성이야말로 K팝의 진짜 힘일 것이다. K팝이 세계 주류 문화 대열에 우뚝 올라섰음을 실감케 하는 월드컵이다.

이명희 논설위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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