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련공 몸에 밴 노하우, 데이터화…신입 1명이 로봇 활용해 7명 몫"
경력직의 암묵지, 로봇에 이식
포스코·HD현대重·에코프로
"AI전환, 中 추격 따돌릴 해법"

“예전엔 하루에 500t 규모 철판 조각을 용접으로 이어붙이려면 20년 차 숙련 용접공 7명이 달라붙어야 했습니다. 지금은 입사한 지 6개월 된 신입사원이 로봇을 활용해 하루 1000t을 거뜬히 소화합니다.”
지난 12일 방문한 울산 HD현대중공업 선각 2공장. 푸른 불꽃을 튀기며 육중한 철판을 이어 붙이는 건 사람이 아니라 정부 국책과제로 개발된 ‘레일형 협동로봇’이었다. 과거 조선소 용접은 철저히 숙련공의 영역이었다. 철판 두께와 재질을 눈으로 확인한 뒤 경험에 의지해 용접 강도를 조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협동로봇에 달린 비전 인공지능(AI)이 철판 외곽선을 스스로 인식한 뒤 입력된 설계도와 비교해 작업한다. 로봇 4대를 감독하는 인원은 27세 직원 한 명뿐이다. 숙련공의 경험과 감각, 이른바 ‘암묵지(暗默知)’가 로봇에 이식돼 구현된 사례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산업통상부의 ‘AI 자율제조 시스템 개발 사업’을 통해 이 로봇을 도입했다. 20년 경력 용접 명장의 기술을 학습한 로봇은 균일한 품질로 용접을 수행한다. 윤대규 HD현대중공업 상무는 “로봇 용접은 품질이 균일하고 찌꺼기(슬래그)도 없어 후처리 작업이 필요 없을 정도”라고 했다.
제조업 현장에선 숙련공의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과정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전날 찾은 경북 포항시 포스코 2용광로가 또 다른 대표 사례다. 이 용광로는 ‘AI 스마트 고로’로 불린다.
스마트고로를 도입하기 전 45m 깊이의 고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고로 운영은 숙련 작업자의 감각에 크게 의존했다. 숙련공이 화염 상태와 쇳물 농도를 확인하며 날씨 등 외부 여건에 따라 조업 조건을 조절했다. 포스코는 이를 데이터로 바꿨다. 고로 외벽에 온도계 500여 개와 압력계 100여 개를 설치해 AI 화상 카메라가 화염 이미지를 실시간 분석하도록 했다.
AI는 축적된 데이터를 학습해 최적의 조업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바람 세기와 철광석 및 코크스(환원제) 투입량 등을 AI 역량에 맡긴 결과 불량률은 63% 내려갔다. 쇳물 생산량도 연 190만t에서 199만t으로 늘었다.
위험 작업도 로봇이 대신한다. 고로에 1000~1300도에 달하는 고온의 열풍을 주입하는 설비 주변은 사고 위험이 큰 구역이다. 이곳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순찰하며 온도와 가스 누출 여부를 점검한다.
같은 날 찾은 포항의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도 AI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는 “배터리산업은 수많은 엔지니어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최적의 공정 조건을 찾는 싸움인데, 중국 관련 인력은 한국의 30배가 넘는다”며 “중국 인해전술을 극복할 해법이 AI”라고 말했다.
에코프로비엠은 AI 에이전트를 활용해 양극재 핵심 원료인 리튬의 순도와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자율이동로봇(AMR)이 700~800도에 달하는 고온의 소성로(가마) 주변을 순찰하며 설비 상태를 점검한다. 회사는 2030년까지 양극재 공장을 사람 개입을 최소화한 ‘다크 팩토리’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부는 이 같은 AI 자율제조 모델을 중소·중견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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