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마주한 ‘이란 3.0’···더 강경해져 돌아왔다

최경윤 기자 2026. 6. 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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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이란 국기를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정권 약화를 목표로 시작한 전쟁이 오히려 더 강경한 정권을 탄생시키고 이란의 협상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을 통해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위험을 더 감수하고 압박에 더 강하게 저항하는 새로운 이란 지도부와 마주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은 지난 2월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주도 체제로 재편됐다. 일각에서는 기존 신정 체제와 달리 군사 정권에 가까운 모습을 띠는 현 체제를 ‘이슬람공화국 3.0’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새 지도부는 핵무기 생산을 금지하고 미·이스라엘과의 충돌을 피하려 했던 하메네이의 노선과는 다른 성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고통을 감수할 의향이 있으며, 지난 2월과 같이 미·이스라엘로부터 공격받지 않기 위해 억지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사남 바킬 중동국장은 “현재 더 젊고 대담한 세대의 권력이 이란을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새 지도부의 성향은 최근 이뤄진 이스라엘 공격에서 잘 드러났다. 이란은 지난 7일 이스라엘 본토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면전을 재개할 의사가 없으며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억제하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고 NYT는 전했다. 또한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가 있는 레바논과 이스라엘 간 교전 중단을 종전 협상에 포함하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 거리를 걷는 시민들.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의 핵 위협을 제거하려 한 미·이스라엘의 의도와 달리 전쟁은 결과적으로 이란이 핵 개발 역량을 더욱 포기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종전 협상에서 이란이 우라늄 농축 활동을 제한적으로 중단하고 현재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의 절반은 해외로 반출하고 나머지 절반은 저농축 우라늄으로 희석하는 데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첨단 원심분리기를 포함한 핵기술과 기반 시설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전 협상 이후 이란의 협상력과 역내 영향력이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스라엘 퇴역 장교이자 이란 전문가인 대니 시트리노비치는 “이번 합의는 미·이스라엘의 추가 공격을 억제할 수 있는 카드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막으려던 전쟁이 오히려 이란을 루비콘강 너머로 보내는 전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쟁 이전 이란이 미국과의 핵 협상에서 제시한 조건은 지금보다 훨씬 완화된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쟁 과정에서 협상력을 확보한 이란은 추가 요구 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향후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NYT는 전했다.

알리 바에즈 국제위기그룹(ICG) 이란 담당 국장은 “전쟁으로도 달성하지 못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는 더 강압적 수단을 동원한다고 해도 새 정권하에서 실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란은 최악의 상황은 지나갔다고 믿고 있다”며 우라늄 농축, 미사일 프로그램, 이란 대리 세력 지원 등 핵심 요구 사항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미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이란 전문가인 수잔 말로니 부소장은 종전 협상 이후 불안정이 지속할수록 이란에는 “편안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해당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에너지·비료·알루미늄 등 시장 회복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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